윤 대통령의 '영원한 멘토'…인생 철학·정치 입문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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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윤기중 연세대 교수는15일 별세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통계학적 방법론으로 경제학 이론의 실물경제 적용을 입증해 두 분야 모두에서 업적을 남긴 원로 학자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영원한 멘토’로서 그의 자유주의적 사상 및 지일(知日) 성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학자로서도 큰 족적
1931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윤 교수는 195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58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경제학과 전임강사로 지내던 윤 교수는 1967년,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 1호로 선발돼 히토쓰바시대에서 1년간 경제학을 공부했다.윤 교수가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남긴 것은 1968년, 연세대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 창립 멤버로 합류하면서다. 윤 교수는 이때부터 1997년 정년 퇴임까지 약 30년에 걸쳐 통계학적 방법론을 통해 각종 미·거시적 경제 현상의 실물 경제 적용을 입증하는 연구를 했다. 대표 논문으로는 ‘성장과 소득불평등도의 국제 비교(1984)’ ‘불평등에 대한 재평가(2000)’ ‘한국의 교육비 탄력성과 불평등(2002)’ 등이 꼽힌다. 한국통계학회장(1977~1979년)과 한국경제학회장(1992~1993년)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로부터 경제학과 자유주의 사상을 교육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사상적 근간으로 여러 차례 언급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역시 부친이 대학 시절 선물한 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한·일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성장 배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윤 교수는 1982년 객원교수 자격으로 히토쓰바시대에 체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도 히토쓰바시대가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고인은 윤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이 돼 주기도 했다. 여러 차례 고시에 낙방해 ‘사법시험 9수생’이 되는 동안 부자는 종종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의 장기인 계란말이 등의 요리도 이때 배웠다는 후문이다. 올해 2월 부친의 모교인 연세대 졸업식을 찾아 축사할 때는 부친과 얽힌 추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연세의 교정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아들의 정치 입문에도 역할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고민하던 당시 지인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소개해 조언을 듣도록 했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자유를 위한 투쟁’을 강조한 것도 윤 대통령이 병상에 누워 있는 윤 교수를 떠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되새기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