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이 만든 회사…BMW 시총 단숨에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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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기업 베트남 빈패스트, 15일 美나스닥 상장
시초가 대비 70% 뛴 37달러에 거래 마쳐
시총 美 전기차 스타트업 총합보다 많고
포드·GM·BMW·폭스바겐·벤츠보다도 높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빈패스트는 주당 22달러에 개장했다. 우회 상장 통로가 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블랙스페이드에퀴지션은 애초 이 회사 가치를 230억달러(약 31조원‧주당 10달러)로 평가했다. 시초가부터 평가 가치의 2배 이상을 인정받은 셈이다.이날 빈패스트 종가는 37.06달러였다. 시초가 대비 68% 이상 뛴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860억달러(약 115조원)를 웃돈다. 투자정보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이는 미국 내 모든 전기차 스타트업의 시총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포드(480억달러)나 GM(470억달러) 등 미국 내 대표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스텔란티스(525억유로), BMW(627억유로), 폭스바겐(637억유로), 메르세데스-벤츠그룹(729억유로) 등 독일 업체들의 시총보다도 높다.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제시됐다. 데이비드 맨스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이터통신에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줄을 서 있다”며 “향후 18개월 동안 확실하게, 어떤 형태로든 자금 조달 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자본이 더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빈그룹으로부터 25억달러를 추가로 지원받은 바 있다. 앞서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은 93억달러를 투자해 빈패스트를 세웠다. 베트남 최고 부호로 꼽히는 브엉 회장은 빈패스트 상장으로 순자산이 390억달러(약 52조원) 불어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빈패스트 보통주 23억주의 99%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르 티 투 투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CNBC ‘스쿼크 박스 아시아’에 출연해 미 증시 상장을 “큰 이정표”라며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빈패스트의 최고 경쟁자는 단연 테슬라다. 이 회사의 5인승 전기차 모델인 ‘VF8’ 가격은 테슬라의 5인승 차량인 ‘모델Y(4만7740달러)’보다 조금 낮은 4만6000달러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테슬라 구매자들이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다.올해 초부터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뛰어든 가격 인하 경쟁과 관련해 르 CEO는 “우리는 항상 다른 유사 제품 대비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며 “우리 제품을 자세히 보면 더 많은 기능과 기술이 적용돼 있으며, 소비자들도 이런 가치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속해 있는 모든 시장에서, 수익성 측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출하량이 충분히 확보되는 시점에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애프터서비스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을 저렴한 값에 제공한다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빈패스트의 실제 실적은 시장 기대에 비하면 다소 약한 편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5억98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연간 손실은 21억달러에 달한다.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미국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빈패스트 차량은 137대에 불과했다.그러나 이 회사는 미국 현지 공장 건설과 더불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인증에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미국에선 SUV 모델인 ‘VF9’를 출시할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