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거듭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제 개발…당뇨유전자가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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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 리포트우리 몸의 가장 큰 장기인 ‘간’은 인체의 중요한 기관이다. 혈액 속 독소들의 해독 및 살균 작용을 하고 담즙을 생성해 지방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혈액 응고에도 관여해 출혈을 방지하는 등 포도당, 지방, 단백질, 무기질, 호르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간의 다양하고 총괄적인 체내 기능 때문에 ‘병의 90%는 간 때문이다’는 책의 표현이 회자되곤 한다.
오경진 대사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당뇨유전자 TCF7L2
비알코올성 지방간 제어에 기여
유망한 조절인자 최초로 규명
○제2형 당뇨병과 공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만성 간질환의 원인이다. 세포 내 단순히 지질이 축적된 상태인 단순지방증부터 염증 및 간세포손상을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까지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단순지방증을 갖는 환자의 40%는 염증 및 간섬유증을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상태로 진전된다. 치료가 요구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35%가량이 섬유화(굳는 현상), 20%가 회복이 불가능한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간경화증으로 진행된다.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인슐린저항성이 발병 기전인 다양한 대사질환들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 75%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동반된다. 제2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로부터 인슐린의 상대적 분비기능 장애와 인슐린 저항성을 근간으로 고혈당이 발생할 경우를 지칭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서 제2형 당뇨병이 함께 발병하면 더 심각한 형태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빠른 시간 내에 진행된다. 이 때문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치료제 개발에서 제2형 당뇨병과 연관된 타깃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속화시킨 당뇨유전자
당뇨유전자 TCF7L2는 제2형 당뇨병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전적 요인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병인에서 TCF7L2의 분자적 메커니즘과 기능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연관성은 불분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조직 내 감소돼 있는 당뇨 유전자 TCF7L2를 타깃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TCF7L2의 감소된 발현 수준이 간 내 지방축적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간세포 특이적으로 TCF7L2가 결여된 마우스 실험을 진행했다. 간세포 내 TCF7L2의 결여가 중성지방 축적에 미치는 영향, 기본 메커니즘, 대사 표현형을 조사했다.연구결과 당뇨유전자 TCF7L2의 간세포 내 발현 감소는 간세포 자율 메커니즘을 통해 글루코스로부터 지방산 생합성 효율을 증가시켰다. 글루코스를 초과 제공하는 고탄수화물 식이의 부하시간 및 부하량 증가에 따라 간세포 내 중성지방의 축적을 유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당뇨유전자 TCF7L2가 간세포 자율적 메커니즘을 통해 지방산 생합성을 조절, 비알코올성 지방간 제어에 기여할 수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고탄수화물 식이 및 당뇨병과 관련된 진행형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조절과 관련된 유망한 조절인자와 치료전략을 제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제 개발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사제어연구센터 연구진은 당뇨유전자 ‘TCF7L2’의 연구 결과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적용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