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상반기 8조 '역대급 순익'…5대 은행만큼 벌었다

삼성화재 1조2166억원 '반기 기준 최대'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 '착시효과'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 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한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 금융권을 대표하는 '5대 은행'만큼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원사 기준 19개인 손해보험사는 총 4억6000여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생명보험협회 소속 20개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4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합계 8조원으로,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순이익은 카드사나 증권사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5대 은행에 견줄 정도로 돈을 번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계기준 변화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은 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삼성화재는 1조2166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은 새 회계기준 적용 이전에는 8003억원이었지만 적용 이후는 9558억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회계기준으로 비교해도 순이익이 27.3% 늘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개선한 게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CSM은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보험 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다. CSM을 순이익에 반영하기 때문에 CSM이 커지면 순이익도 늘어난다. 특히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손해보험(9181억원), 메리츠화재(8390억원), 현대해상(5780억원), KB손해보험(5252억원), 한화손해보험(1837억원), NH농협손해보험(1413억원), 롯데손해보험(1129억원) 순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이 974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한화생명(7037억원), 교보생명(6716억원), 신한라이프(3117억원), 미래에셋생명(1987억원), 동양생명(1861억원), NH농협생명(1415억원)이 뒤를 이었다.

보험회사들이 역대급 이익을 내면서 새 회계기준 도입을 활용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CSM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3분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은 상반기에 비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 환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회계기준 변경으로 실적이 너무 좋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보험료 인하, 사회공헌 확대 등의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