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부른 거 아니었어?"…목소리 정체에 '발칵'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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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노래 커버' 인기"어, 이거 블랙핑크가 부른 거 아니었어요? AI가 부른 노래라고요?"
가수들 '저작권 침해' 문제 제기
전문가 "이미지 훼손 우려 있어"
얼마 전 유튜브에서 그룹 블랙핑크가 그룹 아이브의 인기곡 '키치(Kitsch)'를 커버한 영상을 보고 한 시청자가 한 말이다. 해당 영상은 블랙핑크가 직접 부른 노래가 아닌, '인공지능(AI) 노래 커버'로 파악됐다. AI 노래 커버란 인공지능을 활용 및 사용해 기존 노래의 보컬을 다른 인물의 목소리로 바꿔 창작한 노래를 말한다.AI 노래 커버는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만 해도 노골적인 기계음 등으로 어색함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AI가 부른 것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실제 가수가 불렀다고 착각하게 할 정도다. AI가 지속해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원곡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게 된 것. 이후 여러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로 아이돌 음악을 커버한 영상들이 유튜브와 틱톡(Tiktok) 등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되기 시작되면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유튜브 내에서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이름을 올린 영상 중 눈에 띄는 노래 커버 영상들은 대다수가 AI가 부른 노래일 정도다. 방송인 박명수가 부른 뉴진스의 '슈퍼 샤이(Super Shy)'와 가수 박효신이 부른 가수 성시경의 '거리에서'에 이어, 3개월 전 게시된 유명 팝가수 브루노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는 16일 기준 조회수 201만회를 달성할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전문가들은 AI 노래 커버의 인기와 관련, 사람들이 익숙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신곡을 듣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리만족감을 얻어간다고 분석했다. 실제 가수의 음색과 목소리가 반영돼 호기심을 이끄는 데다, 목소리 유사성이 강한 AI 노래 커버일수록 화제성을 가져온다는 것. AI 노래 커버와 관련된 영상 댓글에는 "가수가 부른 것같이 감쪽같다", "나도 AI 노래 커버 만들어서 대리만족하고 싶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며 AI 노래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AI 노래 커버만 따로 찾아 듣는다"는 이들도 생겨났을 만큼, 해당 노래만을 따로 창작해 올리는 전문 채널도 등장했을 정도다.AI 노래 커버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아직 해당 노래에 쉽게 친숙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월 14일부터 지난 13일 동안 'AI 노래 커버'와 관련된 긍정 감성 키워드 비중은 32.7%로 '좋다', '좋아한다', '기대한다' 등이 있었으나, 부정 감성 키워드의 비중은 24.5%로 '무섭다', '싫다', '싫어한다' 등이 있었다. 중립 감성 키워드 역시 42.8%로 '신기하다', '다르다' 등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AI 노래 커버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AI 노래 커버는 아티스트의 동의 없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가짜 노래'로 인해 원작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과 유니버설뮤직은 AI가 만든 노래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저작권에 대한 대가 소유자에 지불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의는 초기 단계이고 바로 출시될 도구나 소프트웨어는 없으나, 합법적인 AI 노래 생성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AI 노래를 가수의 신곡인 것처럼 꾸며 논란이 인 사례도 있었다. 앞서 지난 4월 유명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와 힙합 스타 드레이크의 신곡으로 화제를 모았던 '허트 온 마이 슬리브(hurt on my sleeve)'는 가수들의 목소리를 'AI 버전'으로 그럴듯하게 합성한 가짜 노래로 밝혀졌다. 두 가수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은 당시 틱톡,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이 곡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성명을 내고 "우리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용한 생성형 AI의 학습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김작가 대중문화평론가는 "AI 노래 커버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저작권 침해 유형이 등장한 사례"라면서도 "AI 노래 커버를 전문적으로 올리는 유튜버의 경우 본인이 수익 100%를 가져갈 텐데, 현재까지는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술이 창출되는 사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AI 노래 커버는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지금은 AI 노래 커버가 단순한 유행에 그치고 있지만, 유튜브 플랫폼을 잠식하면서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 되고, 기존 콘텐츠 산업의 룰로서는 재단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배우나 가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원하지 않은 모습과 형태로 콘텐츠가 공유되다 보니 이미지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미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밀히 말하면 AI 노래 커버는 창작이 아니라서 장기적으로 전도유망하지 않다고 본다"며 "결국 얼마나 이전과는 다른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나가 관건인데, 차후 유튜브 등에서 AI 노래 커버에 대해 제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