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파 못 피해간 투자 시장…상장 VC 절반, 실적 '뒷걸음질' [긱스]

상반기 VC 실적 분석

투자기업 가치 하락 영향 커
투자 회수 성공한 곳은 '선방'
주요 상장 벤처캐피털(VC)의 상반기 희비가 엇갈렸다. 벤처투자 ‘혹한기’ 지속으로 투자 기업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한 VC가 속속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부 VC는 투자 기업의 엑시트(회수) 성과를 거두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공개한 상장 VC 14곳 중 7곳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운용자산(AUM) 1조2000억원대의 대형 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상반기 매출 113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845억원)보다 80% 이상 낮아진 수치다.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또 다른 대형 VC인 DSC인베스트먼트 역시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매출 158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1%, 90% 감소한 수치다. 투자자산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VC들의 실적이 나빠진 건 투자조합수익이 하락한 탓이다.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벤처투자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 회사들에 지분을 투자한 VC의 이익도 덩달아 줄어든다. 또 기업공개(IPO) 등 회수 시장 침체로 자산을 제때 매각하지 못하거나 낮은 가격에 팔 경우 펀드 실적이 악화해 성과보수에도 악영향을 준다.반면 상반기 회수 성과를 거둔 VC들은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아주IB투자는 상반기 매출 405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7배 넘게 늘어났다. 포트폴리오 회사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회사 나노팀은 지난 3월 상장해 멀티플 30배로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새롭게 증시에 입성한 LB인베스트먼트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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