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 52시간 탓에…두산·포스코, 3100억 분쟁

추가 공사비 책임 놓고 소송전
포스코그룹과 두산그룹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 3100억원을 두고 법적 분쟁에 들어갔다. 노사 갈등 요인으로 여겨지던 주 52시간 근로제가 기업 간 법적 분쟁을 유발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6일 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를 상대로 약 3100억원의 추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에 제기했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그룹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2011년 세운 계열사다. 2018년 8월 두산에너빌리티에 발전소 2기를 총 4조8790억원에 짓는 공사를 맡겼다. 오는 10월 1기가 완공될 예정이며, 남은 1기는 내년 4월 완공된다.발전소 착공 한 달 전인 2018년 7월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것이 이번 분쟁의 ‘불씨’가 됐다. 삼척블루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도급계약에 새 제도를 반영할지를 두고 논의하다가 일단 기존 법규를 기준으로 계약한 뒤 나중에 공사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하고 정산할 금액을 다시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면서 공사 기간과 인건비가 늘어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됐다”며 추가 비용 31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척블루파워가 “주 52시간제만으로 그 정도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중재원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주 52시간제로 공사비 늘어" 소송…재판 결과따라 유사소송 줄이을 듯

포스코그룹과 두산그룹이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용 분담 문제를 두고 3000억원대 중재절차에 들어갔다. 주 52시간제가 기업 간 대형 분쟁을 일으킨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됐다. 해당 사업장에선 근로자가 1주일간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다. 2019년엔 50~299인 사업장으로 적용 대상이 넓어졌고 올해부터 30인 미만을 포함한 전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추가 공사비 3100억원이 발생한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근로자가 1주일간 일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정해지면서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게 됐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지난 4월 예정됐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시운전이 7월로 미뤄지는 등 공기까지 지연되면서 약 31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반면 포스코그룹의 삼척블루파워 측은 주 52시간제 외에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공사가 지연됐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착공 직후부터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여러 차례 공사가 중단됐다. 올초만 해도 4월이면 1호기를 시운전할 것으로 봤지만 지난달에야 시운전을 위한 유연탄(석탄) 육상운송이 시작됐다.그동안 국내 재판에선 인과관계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주 52시간제를 추가 비용 발생 원인으로 인정한 사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중재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승소하면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결정이 나오면 당사자들은 해당 내용을 자진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간다. 판정에 불복하면 국내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낼 수 있긴 하나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없는 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중재원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1년 내외가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로펌 건설 담당 변호사는 “기업들이 1주일에 몇 시간 일한다고까지 합의하고 계약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주 52시간제 시행 전후를 비교하긴 어렵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승소한다면 비슷한 상황인 기업의 소송 제기가 이어지는 등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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