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15년만 최고…주택대출금리 22년내 가장 높아

美 나홀로 호황에 국채 발행 급증, 추가긴축 리스크 작용

글로벌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이 15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미국 국채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자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22년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미 국채금리와 주택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더 높아

16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4.9bp(1bp=0.01%포인트) 오른 4.27%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2008년 6월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2008년 9월)로 Fed가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직전 시점이다. 그 전후로 최근 20년 간 10년 물 국채금리는 평균 2.9%였다.

10년물 금리가 15년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긴축에도 잘 버티고 있는 미국 경기 때문이다. 견조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경착륙 우려가 사라지고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도 연착륙 쪽에 가까웠다.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다. 7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도 145만건으로 월가 예상치(1.1%)를 뛰어넘은 3.9% 증가였다.

전날 나온 7월 소매판매 역시 전월보다 0.7% 늘면서 시장 컨센서스(0.4%)를 웃돌았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경제 지표가 예상을 상회하자 3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가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추정 플랫폼인 'GDP나우'는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전분기 대비 5.0%에서 5.8%로 올렸다.

'국채 쓰나미' 탓에 급등하는 금리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량을 더 늘리고 있는 것도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일 분기별 국채 발행액을 종전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렸다. 미국이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한 건 2년여만의 일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늘어난 지출을 국채로 충당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익이 줄면서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국채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국채 쓰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미 재무부가 차입금 전망치를 올렸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 국채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수요는 줄고 있다. 미 국채의 가장 큰 손인 Fed는 양적긴축을 통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미 국채를 던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채 보유량도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Fed의 긴축 우려도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됐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 인사들은 추가 긴축에 방점을 두는 발언을 했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의미있게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위원들이 경제활동의 하방 리스크와 실업률의 상방 리스크를 봐야 한다고 했지만 대다수의 위원들이 추가 금리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때문에 이날 오후 회의록 내용이 공개되자 미 국채금리 상승폭은 더 커졌다. 통화 정책을 반영하는 달러 가치도 5일 연속 상승해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더 오른다" vs "과도한 상승"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장기 국채금리가 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10년 간 국채 10년물 금리가 평균 4.75% 정도를 보이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미 국채 금리가 4.27%인 만큼 50bp 가까이 더 오른다는 얘기다.

그는 그 근거로 세가지를 들었다. 과거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강도와 미국의 재정적자, 장기 국채 기대 수익률 상승 등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여러 변수를 놓고볼 때 현재 경제가 (지금까지의 저금리 시대와) 다른 시대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반면 국채금리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BCA리서치는 "확실히 채권 약세 쪽이지만, 국채 10년물이 작년 10월 고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6개월 뒤에는 지금보다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도 "미 국채는 2011년 S&P의 등급 강등으로 눈에 띄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