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에든버러]초대받지 못한 5만여명, 거리는 온통 극장이 된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모든 것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행사다. 메인 행사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기엔 주머니 사정이 가볍거나, 혹은 좀 더 대중적인 공연을 보고 싶다면 바로 옆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FF)에 가면 된다.

EFF은 EIF와 함께 8월 3주간 에든버러 축제의 양대 축을 이룬다. 축제 기간 동안 에든버러 성부터 홀리루드 궁전을 잇는 ‘로열 마일’은 EFF 거리 공연팀과 그들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하는 음악 공연부터 서커스, 코미디쇼 등 다양한 종류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이 기간 동안은 에든버러 곳곳의 대학 건물이나 식당, 카페 등 수백곳이 ‘임시 극장’으로 쓰이기도 한다. ‘언저리, 주변부’라는 뜻의 ‘프린지’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EFF는 EIF에 공식 초청받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여는 공연 축제다. 1947년 EIF가 처음 열렸을 때, 축제에 공식 초청받지 못한 8개 연극팀이 에든버러 시내 주변부의 공터 등에 임시로 공연장을 만든 것에서 출발했다. 사전에 기획된 것도, 조직적인 체계도 없었지만 독특하고 참신한 공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본인들의 공연을 보여주려는 공연팀들의 발걸음이 늘기 시작했다. 1957년엔 협회가 만들어져 현재와 같은 공식 축제로 자리잡았다. 클래식, 무용, 오페라, 연극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팀을 엄선해 초청하는 EIF와 달리 EFF는 누구나 신청만 하면 공연할 수 있다. 올해 EFF엔 전세계 72개 국가에서 온 5만2000명의 아티스트들이 약 3500여개의 공연을 선보인다.
누구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자유 등록 시스템. 단, 공연에 대한 홍보·마케팅도 각 공연팀이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3500개의 공연 중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포스터도 공연팀이 직접 준비해 붙여야 하고,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거리에서 홍보도 열심이다. 아티스트들이 분장을 하고 거리에 직접 나와 ‘맛보기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고, 특이한 복장과 행동으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통에 축제 내내 에든버러 곳곳이 시끌벅적하다. EFF의 공연은 EIF보다 다양하다. 아티스트의 국적도, 공연 장르도 천차만별. 소규모 연극부터 인형극, 마술쇼, 신체극, 서커스, 복합 공연까지 다양한 개성과 장르의 공연들이 선보여진다. 티켓 수익이 곧장 공연팀 수익으로 이어지다보니 상대적으로 관객을 끌기 위한 대중적인 공연이 많은 편이다. 번역이 필요 없어 다양한 국적의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넌버벌(비언어적) 퍼포먼스도 자주 눈에 띈다.

EFF는 일반 관객도 많지만 세계 각국 공연·축제 업계 종사자들이 찾는 일종의 ‘마켓’ 기능도 한다. 이곳에서 좋은 공연을 발견해 계약을 추진하는 식이다. 공연팀들에겐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는 셈이다. EFF에서 시작된 ‘프린지’는 다른 지역으로 퍼져 하나의 현상이 됐다.

1967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오프(off)’란 명칭으로, 공식 초청 작품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공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밖에 캐나다, 홍콩, 태국 등에서 각종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에든버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