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은행 횡령에…금감원 "은행장이 직접 확인서명하라"

금감원, 17개 은행장 불러 간담회
내부통제·가계부채 요구사항 전달
"50년 주담대 등 '과잉 대출' 살펴볼 것'
사진=뉴스1
최근 경남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 등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은행장들에게 직접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종합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17일 은행연합회에서 17개 은행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방안과 가계부채 관리 방향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금감원은 은행장이 주관해서 직접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이달 말까지 종합 점검하고 은행장 확인서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사례를 보면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사고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점검이 독립적‧객관적으로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은행들은 작년 11월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가 있는지 등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KPI)를 개선하고, 위법‧부당사항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는 등 자체 유인체계를 마련하라고 했다.

은행권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된 만큼 금감원도 감독‧검사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분간 정기 검사 시 본점과 영업점의 현물(시재) 검사를 확대하고, 은행권 자체점검에 대한 교차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금융감독원 제공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도 은행권에 전달했다. 최근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과 관련해 금융권에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쟁점이다. 아파트 대출을 50년동안 갚도록 함으로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해가는 게 과연 적정하냐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10월까지 가계대출과 관련한 은행권 현장점검을 통해 가계대출 취급실태를 종합 점검한다. 가계대출 취급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및 심사 절차의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전략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이 부원장은 “(점검결과) DSR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금융위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