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청록색' 민방위복 입어라"…500억 혈세 낭비 '논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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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주 을지연습을 앞두고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신형 민방위복 구입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이 2005년부터 착용했던 기존 노란색(라임색) 대신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으라고 법제화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당장 시급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교체 필요성도 모호한 민방위복 구입에 수백억 원의 애꿎은 세금만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2023년 을지연습’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읍·면·동 이상의 모든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참여한다. 이 기간에 공무원들은 민방위복을 입고 근무한다. 국회의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이 옷을 입는다. 을지연습 기간만이 아니라 안보 관련 비상사태나 안전사고 및 홍수·태풍 등 안전관리 회의에서도 통상 민방위복을 착용한다.공무원들이 입는 민방위복 색상은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5년 8월부터 노란색(라임색)이었다. 당시 민방위대 창설 30주년(1975년 창설)을 맞아 기존 국방색(카키색)을 대체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을지연습부터는 공식적으로 민방위복 색상이 청록색으로 바뀌게 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을지연습에서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입고 참석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노란색이 아닌 새로운 색상의 민방위복이 등장한 것은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같은 해 9월 민방위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민방위복 색상도 기존 노란색 대신 청록색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행안부는 새 민방위복이 기존 민방위복보다 현장 활동에 필요한 방수·난연 등 기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국내 재난 영화에서 무능한 공무원들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 등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자주 입고 등장하면서 오히려 이 색상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실제로 박근혜 정부 때도 기존 노란색 민방위복을 다른 색상으로 바꾸려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탄핵으로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방안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형 민방위복 착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였다. 실제로 총리나 장관이 주재하는 관련 회의에서도 새 청록색과 기존 노란색을 입고 있는 공무원들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모든 공무원이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반드시 입어야만 한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지난 6월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8월부터 시행하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을지연습을 앞두고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신형 민방위복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당초 계획에 없던 예산을 신규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부담이다. 통상 공무원들은 춘추복과 하복 등 2벌의 민방위복을 구입해야 한다. 한 벌당 가격은 5만원 안팎이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국가·지방 공무원 수(117만3022명)에 5만원을 곱하면 6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재정 상황이 빠듯한 지자체는 5급 이상 간부들 대상으로만 신형 민방위복을 구입하고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겐 내년 예산 책정을 통해 지급할 계획이다. 새 민방위복 착용을 의무화한 행안부도 지자체들의 예산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사회에선 적지 않은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금 입고 있는 멀쩡한 노란색 민방위복이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도 수백억 원을 들여 교체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퇴직을 1~2년 앞둔 공무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새 민방위복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민방위복 교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방위복 교체를 통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민방위복은 특정 업체가 일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복제 규격에 따라 각 업체가 주문받아 자체 생산하는 식으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2023년 을지연습’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 4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읍·면·동 이상의 모든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참여한다. 이 기간에 공무원들은 민방위복을 입고 근무한다. 국회의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이 옷을 입는다. 을지연습 기간만이 아니라 안보 관련 비상사태나 안전사고 및 홍수·태풍 등 안전관리 회의에서도 통상 민방위복을 착용한다.공무원들이 입는 민방위복 색상은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5년 8월부터 노란색(라임색)이었다. 당시 민방위대 창설 30주년(1975년 창설)을 맞아 기존 국방색(카키색)을 대체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을지연습부터는 공식적으로 민방위복 색상이 청록색으로 바뀌게 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을지연습에서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입고 참석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노란색이 아닌 새로운 색상의 민방위복이 등장한 것은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같은 해 9월 민방위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민방위복 색상도 기존 노란색 대신 청록색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행안부는 새 민방위복이 기존 민방위복보다 현장 활동에 필요한 방수·난연 등 기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국내 재난 영화에서 무능한 공무원들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 등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자주 입고 등장하면서 오히려 이 색상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실제로 박근혜 정부 때도 기존 노란색 민방위복을 다른 색상으로 바꾸려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탄핵으로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방안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형 민방위복 착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였다. 실제로 총리나 장관이 주재하는 관련 회의에서도 새 청록색과 기존 노란색을 입고 있는 공무원들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모든 공무원이 청록색 신형 민방위복을 반드시 입어야만 한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지난 6월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8월부터 시행하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을지연습을 앞두고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신형 민방위복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당초 계획에 없던 예산을 신규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부담이다. 통상 공무원들은 춘추복과 하복 등 2벌의 민방위복을 구입해야 한다. 한 벌당 가격은 5만원 안팎이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국가·지방 공무원 수(117만3022명)에 5만원을 곱하면 6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재정 상황이 빠듯한 지자체는 5급 이상 간부들 대상으로만 신형 민방위복을 구입하고 6급 이하 공무원들에겐 내년 예산 책정을 통해 지급할 계획이다. 새 민방위복 착용을 의무화한 행안부도 지자체들의 예산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사회에선 적지 않은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금 입고 있는 멀쩡한 노란색 민방위복이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도 수백억 원을 들여 교체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퇴직을 1~2년 앞둔 공무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새 민방위복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민방위복 교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방위복 교체를 통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민방위복은 특정 업체가 일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복제 규격에 따라 각 업체가 주문받아 자체 생산하는 식으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