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유족이 청구한 '수사기록 정보공개' 거부(종합)

'항명 사건' 수심위서 다룬다…인권위 등에 위원 추천 요청
해병대사령부가 고(故) 채 상병 유족의 수사기록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17일 유족 측에 따르면 유가족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던 자료의 기록 목록, 수사단이 유가족에게 설명했던 설명회 자료, 수사단이 파악한 혐의 내용이 담긴 사건 인계서 등을 공개해달라고 해병대사령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해병대는 이들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이런 방침을 전날 유가족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해병대가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해병대 수사단이 상부에 보고하고 결재받은 수사 보고서에는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적시됐다.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28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했고 이종섭 장관·이종호 총장·김계환 사령관은 자필로 서명해 결재했다.

국방부는 이후 경찰 인계를 보류하라고 방침을 바꿨고 이에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가 지금은 '항명'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와 관련, 박 대령 측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8월1일 전화로 경찰에 인계할 수사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며 맞서고 있다.

박 대령을 대리하는 김경호 변호사는 법무관리관과 박 대령 간 통화 녹취는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통화가 스피커폰으로 이뤄져 중앙수사대장 등 2명이 함께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채 상병 순직 경위와는 별개로,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대해선 군검찰수사심의위에서 다루기로 했다. 국방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7∼20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를 설치할 수 있다.

전하규 대변인은 "대검찰청, 경찰청, 사법연수원, 국가인권위원회, 소방청에 추천을 요청해둔 상태이며, 추천이 오면 그 인원들을 전원 위촉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들은 채 상병 순직 경위의 조속한 진상규명은 제쳐둔 채 이와 무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은 전날 해병대사령부와 해병대 1사단에 "채 상병의 이름이 계속 보도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며 실명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