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업계의 화제… '사회 문제도 풀고 돈도 버는 비즈니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비관주의 가득한 세상에 희망과 용기 선사
전 세계의 여러 설문조사에서 확인되듯, 자본주의 체제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문제투성이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기후 변화, 불평등, 전쟁 그리고 팬데믹과 같은 외부적인 영향으로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자본주의 내부로부터의 붕괴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위기’라는 단어로는 현재의 긴박하고 절실한 상황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지금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난무하는 ‘비상사태’다. 그리고 이러한 비상사태에 직면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솔루셔니스트(The Solutionists)>는 최근 영국 기업가들 사이에서 화제인 책이다. ‘솔루셔니스트’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을 수 없지만, 책은 ‘문제해결사(a solver of problems)’라고 정의한다. 해결 지향적이며 혁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체인지 메이커’ ‘사회적 기업가’ ‘창의적 파괴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영국의 광고 대행사 대표이면서 강연가, 그리고 30년 동안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솔리테어 타운센드(Solitaire Townsend)는 책을 통해 비관주의로 가득한 세상에 희망과 용기를 선사한다.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이익 또한 창출하고 있는, 혁신 기업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가 직면한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정무역을 최고의 사명으로 여기는 네덜란드의 초콜릿 회사 ‘토니스 초코론리’를 이끄는 헨크 얀, 구글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케이트 브란트, 이케아의 최고경영자(CEO) 예스페르 브로딘, 스웨덴의 식물성 귀리 음료 브랜드 ‘오틀리’를 이끌고 있는 토니 페터슨, 화장실 휴지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호주 기업 ‘후깁스어크랩’의 공동창업자 대니 알렉산더, 그리고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회장 빌 게이츠 등 다양한 솔루셔니스트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그들이 식량 문제,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등의 전 지구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초콜릿은 유럽에서 가장 소비량이 많지만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아프리카에서도 카카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전체 아동 가운데 약 35%가 노동을 한다. 코트디부아르 농부들의 하루 평균 수입은 0.92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 초콜릿은 여전히 ‘불평등과 노예 제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탐사 저널리스트 출신인 토니스 초코론리의 창업자는 카카오 생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노동과 아동노동 문제를 깊게 파헤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그는 직접 초콜릿을 만들기로 하고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동노동, 노예노동이 없는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초콜릿 생산과 유통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초콜릿 산업의 극심한 불평등을 묘사하기 위해 네모반듯한 초콜릿 바를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다. 창업 10년 사이에 매출이 100배가 오르면서, 토니스 초코론리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