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도 돌진 '롤스로이스男' 약물처방 병원 압수수색

마약류 진료·처방 의료기록 확보
약물 복용 상태로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를 덮쳐 20대 여성을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피의자 신모 씨. /사진=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20대 남성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또래 여성을 친 사건과 관련,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마약 혐의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피의자 신모 씨(28)에게 수면마취제 등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의원 3곳을 압수수색했다.진료·처방 등 의료기록을 확보한 경찰은 신 씨가 의료 목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이들 의원이 마취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신 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또래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피해 여성은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신 씨는 사고 당일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디아제팜을 투약받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또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케타민을 포함해 모두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다만 신 씨는 모두 의료 목적으로 처방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앞서 신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구금 17시간 만에 그를 석방했다. 신 씨의 변호사가 신원보증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한편 피해 여성 측은 전날 신 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권나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신 씨가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하면서 차량을 운전할 것이란 사정도 인식했을 것"이라며 "증상이 해소된 상태에서 귀가시키거나 운전을 말릴 의무가 있는데도 그대로 운전하게 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