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소비·투자 촉진" 밝혔지만…구체적 방안 없어 시장 '실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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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주저하는 중국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사진)가 내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리창 총리의 발언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실망이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 정책 재탕
과거 실패 반복 않으려 주저"
리창 총리는 지난 16일 국무원 전체회의에서 “강력한 거시경제 통제와 강화된 정책 조율을 통해 연간 경제 목표(5.0% 안팎)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무원 전체 회의는 각 부처 책임자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로 통상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큰 회의다. 이날 회의엔 지난달 외교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친강 국무위원과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 중인 리상푸 국무위원 겸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했다.이날 회의 이후에도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자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 “중국의 전반적인 정책은 대부분 재탕일 것이며 지방정부 산하 금융기관 등의 리스크 때문에 정책 조율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려 놓고,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달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는 소비자 지출 둔화, 투자 감소, 실업률 상승 등 전방위적 침체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정책대출 금리를 인하했지만, 더 확실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의 체제 안정을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드루 톰프슨은 “경기 둔화는 (정치·사회적) 불안정 위험성을 급격히 높이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 발표를 망설이는 것은 돈 풀기로 위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5년 상하이증시 붕괴 당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의 대책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부작용이 심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자 4조위안(약 73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다. 그 결과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37조위안(약 6644조원·4월 기준) 수준으로 부풀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존스랑라살의 브루스 팡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 때문에 홍수가 나지 않으려면 강력한 정책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엔 증시가 무너지자 부양책을 내놓고, 일반인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증시가 다시 붕괴하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봐 정부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