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총 넘어"…'거품 논란' 베트남 전기차회사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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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테슬라'냐 '전기차 거품' 이냐
베트남 전기차회사 빈패스트를 두고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상장이후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이 GM,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자동차 회사를 뛰어넘고 있어서다. 월가에서는 결국 급락세를 보일 것이란 주장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 반등을 보여줄 것이란 일각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17일(미국 현지시간) 빈패스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33.58% 떨어진 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빈패스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에는 37.0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작가 였던 주당 10달러 보다 3.7배 높은 가격이었다. 시가총액도 850억 달러(약 113조원)에 달해 포드(480억달러), GM(460억달러) 등을 뛰어넘었다. 약 300억 달러 규모인 현대차의 시총도 뛰어넘은 수치였다. 이후 이틀간 급락세를 보이며 주가는 46%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약 460억 달러규모로 주요 자동차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주가가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이날 "빈패스트의 적정 시가총액을 추정하면 12억달러 수준"이라며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98% 가까이 떨어져야 하는 금액으로, 적정 주가를 주당 0.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차량의 품질과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미국 자동차 전문지들은 빈패스트의 VF8 등 대표 모델에 대해 혹평을 내놓고 있다. 로드앤트랙은 "한마디로 용납할 수 없다"고 평했고, 모터트렌드도 "반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전문가들이 빈패스트 차량에 기술적 결함이 있고, 시장에 급히 출시한 영향으로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생산량이나 실적 부분에서도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빈패스트가 전세계에 인도한 전기차는 1만1300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베트남에 출하됐고, 미국에는 74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순이익 적자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빈패스트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억9800억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분기(-4억11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은 더 늘어났다. 데이비드 휘스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버블의 일부"라며 "GM, 포드 등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다만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이 다소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하락시 저가 분할 매수할 기회라는 의견이다.
빈패스트가 테슬라 등 고가의 전기차 시장보다는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저가 전기차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면 품질 문제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기존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만큼 중국의 BYD처럼 짧은 기간내 고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급성장하며 소비력이 나날히 강해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최대 재벌그룹 빈그룹이 자금줄이 되어주고 있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빌 루소 오토모빌리티 CEO는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아시아 국가가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며 "최근 지정학적 상황으로 볼때 중국보다는 베트남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상장이후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만큼 아직까지는 증권사들의 분석이나 목표주가 등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