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직적인 비자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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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대구한의대 특임교수·前 대구고용노동청장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급격한 인구 감소가 일상생활 전반에 드리운 그늘은 짙고도 넓다. 비수도권 중심의 지역 소멸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한 강력한 정책과 함께 외국인력 유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제 상황과 인구 변화 추이 등을 반영해 매년 외국인력 도입 총량이 정해진다. 또 숙련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취업 관련 비자 취득 요건이 점진적으로 완화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숙련 기능 인력 도입 규모를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각론을 보면 간단하지 않다. 숙련인력 비자(E-7)를 받기 위한 학력과 경력 등의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대안은 없을까. 우선 유학이나 일반연수 비자(D계열)를 숙련인력 취업 비자(E-7 계열)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유학이나 연수를 마친 외국인들이 원할 경우 단순기능 외국인력(E-9)으로 체류 자격을 변경하는 것도 대안이다. 한국어 구사 능력을 높이고 숙련 기능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장기간의 유학 또는 일반연수를 통한 맞춤형 교육 훈련이다.그러나 현행 비자제도 아래에서는 유학생(D-2)과 일반연수 수료생(D-4-6)의 경우 취업이 가능한 체류 자격으로 변경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직업훈련법인 등 사설 교육기관 연수 외국인이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국내 연수과정 2년, 한국어 4급, 국내 기술자격증 취득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취업 비자 변경이 불가능한 구조다.
유학생이나 일반 연수생은 고용허가제에 의한 단순기능 외국인력(E-9)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가 아예 없는 것도 문제다. 이 중 상당수가 졸업이나 수료 후에 귀국하지 않고 단순기능 외국인력으로라도 취업을 원하는데, 이를 굳이 막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의 틀 속에서 유학이나 연수 기간, 전공 직종 등 합리적 기준에 따라 전체 단순기능 외국인력 도입 규모의 일정 비율을 할당하면 될 일이다.
외국인 유학생과 연수생 중 상당수가 한국 취업을 염두에 두는 준비된 인적 자원임에도 체류자격이 변경되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다. 한국에 남아 무자격 체류자로 생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극심한 인력난과 불법체류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류자격 변경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