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좌석에서 '금지된 사랑'…조용히 웃는 이 남자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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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 대가와 테슬라“테슬라는 훌륭한 전기차 기업이다. 하지만 좋은 투자처는 아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 한화 1000조원에 육박한다.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시가총액을 다 합친 수준이다. 납득이 되는가. 테슬라의 현 주가는 미래 가치를 영혼까지 끌어모은 거품이다”
(2) 프리미엄의 조건
강방천 "기업마다 이익의 질 달라"
확장성 큰 혁신 플랫폼에 가치 평가 프리미엄
러브호텔로 변한 로보택시, 모빌리티 혁명 징조
"머스크의 테슬라, 미래차 OS 장악 땐 시총 1경
동의 않는다면 너무 비싼 주식, 살 필요 없다"
테슬라의 고평가를 지적하는 가장 주된 논리입니다. 작년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130만대. 완성차 1위 도요타는 1000만대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도요타의 시총은 테슬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일본 차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테슬라는 73배입니다.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된다는 전망을 감안해도 작지 않은 격차입니다. 왜 이런 격차가 벌어진 걸까요. 시장이 테슬라의 잠재력을 지나치게 우러러본 걸까요. 도요타의 실력을 얕잡아 본 걸까요. 이는 공매도 세력이 테슬라를 집중 공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돈 잘 버는 리조트 사업, 불안했던 까닭
“벤저민 그레이엄(증권분석 창시자) 역시 맹점이 있었다. 그는 어떤 사업에는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치가 있음을 간과했다”이번 <테슬람이 간다>는 ‘한국 투자 대가와 테슬라’라는 주제의 특집 기획입니다. 지난주 1편 ‘비즈니스 모델’에 이어 2편은 ‘가치평가와 프리미엄’입니다.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2021년 저서 「강방천의 관점」에서 본인의 사업을 예시로 이 문제를 설명했습니다.“제주도 서귀포에서 4년간 리조트를 운영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사업이었다. 매년 흑자를 내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이상하게도 리조트 사업은 늘 불안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 리조트가 생겼다. 140개 객실이 가득 차면 더는 매출이 늘어나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정치적 이슈에도 민감했다""반면 자산운용사는 2008년 설립하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영이 매우 어려웠다. 6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어도 공모수탁고가 쌓이면 이익은 지속 가능하고 변동성도 낮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최고의 펀드를 키우겠다는 상상이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
- 찰리 멍거
강 전 회장은 두 회사의 경영을 통해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재무제표에 나타난 이익보다 그 이면에 내포된 ‘이익의 질’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기업마다 이익의 질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그가 밝힌 이익의 질을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는 ①지속성 ②변동성 ③확장 가능성 ④예측 가능성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의 ‘확장 가능성’이라고 했습니다.
“PER은 능동적으로 부여하는 것”
“미래 이익, 그것이 문제다”“주식투자의 기대수익은 어떻게 구할까. 미래 시가총액과 현재 시가총액의 차이다. 미래 시가총액은 미래에 부여할 PER 배수에 미래이익을 곱해 구할 수 있다. 나는 이를 ‘K-PER’이라고 정의한다. K-PER은 이익의 질과 비즈니스 모델에 근거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 피터 린치
강방천은 △토지 △노동 △자본 같은 전통적 3대 생산요소 외에 제4의 생산요소로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들었습니다. 이 네 번째 생산요소를 활용하는 기업은 ‘소유가 아닌 활용의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합니다. 고객이 늘수록 고객의 가치가 커지고, 한계비용은 체감하며 승자독식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혁신 플랫폼 회사들입니다. 그는 이러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땐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치 평가 프리미엄 기업의 조건
1)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이 어느 단계인가
- 한창 성장하는 기업 > 성숙한 기업
2)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 재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3) ‘글로벌’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기업
- 아마존‧넷플릭스 > 카카오
4) 내구재보다 소비재 기업
- 한 달 만에 사는 제품 > 10년 뒤 바꾸는 제품
5)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는 기업
- 브랜드 가치가 지속해서 쌓이는가
6) 침투율이 한계에 다다랐나
- 침투율이 늘지 않으면 추가 매출 확장은 어렵다
7) 미래이익 예측엔 신중하라
- 비교 잣대도 없이 마음대로 추정하면 안 된다
“미래이익은 합리적으로 추정해야 한다. 배터리 기업 A사를 보자. 제조업에 부여하는 PER은 통상 10배다. A사의 현재 PER은 70배이고 시가총액은 60조원이다. A사의 미래이익이 7배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를 150조원으로 추정하고 A사의 점유율을 25%로 가정하자. 매출 38조원에 영업이익률 10%라면, 영업이익은 3.8조원이다. 미래 시가총액은 PER 10배로 38조원이다.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강방천 「강방천의 관점」)
‘미래 사령관 테슬라’에 동의한다면
강방천은 비즈니스 모델과 K-PER을 따져봤을 때 업계의 최상위에 있는 ‘사령관 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사령관 기업은 3곳입니다. PC 영역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구글입니다. 아마존과 메타 등이 아무리 잘 나간들 이 사령관의 손바닥 안입니다. 그는 미래엔 새로운 사령관이 등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테슬라입니다.“미래 자동차에 OS가 실리면 그 OS의 사령관이 등장한다. 제조업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엔 사물 인터넷(IoT)이 자리 잡을 것이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에 이어 파괴적 혁신 플랫폼으로 재탄생한다. 운전대에 손을 놓는다고 상상을 해보라. 사람들은 그 대신 무엇을 하게 될까”강 전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엔 자동차의 구매 기준도 바뀔 것으로 봤습니다. 차량의 브랜드보다 어떤 OS로 구동하는지 관심을 가진다는 겁니다. 또한 차량의 가격보다 이후 지출할 소프트웨어 비용이 더 커집니다. 자율주행과 이를 총괄할 OS, 소비자 경험을 위한 앱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운영하는지가 스마트 모빌리티의 차이를 결정합니다. 이 가치사슬의 정점을 테슬라, 애플, 구글, 바이두 등이 차지한다는 얘기입니다.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의 저자 정지훈‧김병준은 스마트 모빌리티가 시공간적 가치를 재창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치 푸드트럭이 요식업자들에게 장소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줬듯 말입니다. 미래의 자동차는 △모바일 오피스 △휴식 △숙박 등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미 완성차 회사들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는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러브호텔’로 전락했다며 운전기사 없는 차량 내에서 음주, 성행위 등의 다양한 일탈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가 샌프란시스코 도심 전역에서 온종일 로보택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여파입니다.
설익은 기술이 가져온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 ‘관광 연구 연감’이라는 저널에 실린 한 보고서는 “시간 단위로 이용되는 호텔이 자율주행 차량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5년 전 누군가는 로보택시를 보고 변화를 예감한 것입니다. 미래는 서서히 퍼지기 마련입니다.
강방천은 말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경을 달성할 회사는 테슬라라고 나는 믿고 있다. 테슬라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사령관이 될 것이란 가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 회사의 주가는 너무도 비싸다. 살 필요도 없다”▶‘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