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일 맞은 세종시 일회용컵 보증금제…"전국 확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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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가맹점 부담' 이유로 참여 매장 수 여전히 적어
시민들 "취지에 공감,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제도 안착" "포장은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지난 16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원이 음료 테이크아웃을 요청한 고객에게 이같이 안내하자, 고객은 "아 맞다, 보증금! 네, 괜찮아요"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고객은 "(일회용컵 보증금이)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하지 않는 매장도 많다 보니까 매번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와 함께 세종시에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된 지 260일이 지났다.
보증금제에 따라 일회용컵에 담아 파는 음료 가격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상인데, 세종시에서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별도로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을 제외하면 7월 말 기준 180여 곳이 시행 대상이다.
세종시 전체로 보면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카페는 20%가 채 안 되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대상 매장 중 이를 시행하는 카페는 50%대에 불과하다.
이날 방문한 어진동 환경부 근처 상점가의 프랜차이즈 카페 9곳 중 4곳도 보증금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소담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18일 연합뉴스에 "매장 자체적으로 (보증금제를) 거부하고 있다"며 "손님들도 거부 반응이 많고, 우리보다 매출이 높고 규모가 더 큰 다른 개인 카페는 그대로 두면서 가맹점주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번화가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점장도 "취지는 좋아서 따르고는 있지만, 매장이 바쁜데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일일이 붙여야 하고 아직도 보증금제에 대해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설명해 드려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하소연했다.
시행 후 8개월이 흘렀지만, 참여 매장이 적고 제도를 체감하는 시민도 많지 않다 보니 제도가 아직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모습을 현장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처음에는 엄청 귀찮았는데 막상 하다 보니 적응돼 귀찮은 건 좀 줄었다"면서 "취지가 좋기는 하지만, 막상 하는 곳이 몇 군데 없어서 제도 실효성이 있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나성동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한 시민도 보증금제도를 처음 듣는다는 듯 "다른 데서는 이런 거 없던데 왜 여기만 해요?"라고 직원에게 묻기도 했다.
일회용컵을 반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최인영(42) 씨는 기계에 바코드를 찍고 보증금 반환까지 완료했지만, 컵을 어디에다가 두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최씨는 "오늘 (일회용컵 반납을) 처음 해본 건데, 기계에서 컵을 수거해가는 건 줄 알았다"면서 "보증금만 반환받고 일회용컵은 반납 안 하고 다시 가져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당황해했다. 현 300원 수준의 보증금을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보증금인 1천원 정도 수준으로 높이고, 누구나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집현동 한 프랜차이즈 버거 전문점에 일회용컵 두 개를 반납하러 온 30대 B씨는 자원순환보증금 기계 앞에서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B씨는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반납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지인 휴대전화에 앱이 깔려있지 않았다면 귀찮아서 반납하지 않았을 것 같다.
30대인 나도 복잡하고 귀찮아서 하기 싫어지는데,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어진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20대 한모 씨는 "스타벅스는 보증금 1천원이 너무 부담이 커서 텀블러를 챙겨 들고 다니거나 사용한 다회용컵을 꼭 가져와서 반납한다"면서 "다른 카페에서 가져온 일회용컵은 300원 돌려받자고 컵을 들고 보증금 반환 기계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에 귀찮고 번거롭다 보니 그냥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후 지난달 30일까지 세종시의 일회용컵 누적 반환량은 50만8천여개이다.
반환율이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지만, 지난달까지의 누적 반환율은 35.5%에 그쳤다. 대부분의 시민이 보증금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던 만큼, 매장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설득과 전국적인 확대 및 홍보를 더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텀블러를 들고 소담동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이수경(45) 씨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취지인 것 같아서 나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금은 텀블러를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게 됐다"며 "이런 제도는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0대 주부 유모 씨도 "취지에 공감해서 동참하고는 있지만, 세종에서도 일부 매장만 참여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하지 않고 있으니까 홍보가 아쉽다"며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면 다 같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시민들 "취지에 공감,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제도 안착" "포장은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지난 16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원이 음료 테이크아웃을 요청한 고객에게 이같이 안내하자, 고객은 "아 맞다, 보증금! 네, 괜찮아요"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고객은 "(일회용컵 보증금이)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하지 않는 매장도 많다 보니까 매번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와 함께 세종시에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된 지 260일이 지났다.
보증금제에 따라 일회용컵에 담아 파는 음료 가격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상인데, 세종시에서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별도로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을 제외하면 7월 말 기준 180여 곳이 시행 대상이다.
세종시 전체로 보면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카페는 20%가 채 안 되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대상 매장 중 이를 시행하는 카페는 50%대에 불과하다.
이날 방문한 어진동 환경부 근처 상점가의 프랜차이즈 카페 9곳 중 4곳도 보증금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소담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18일 연합뉴스에 "매장 자체적으로 (보증금제를) 거부하고 있다"며 "손님들도 거부 반응이 많고, 우리보다 매출이 높고 규모가 더 큰 다른 개인 카페는 그대로 두면서 가맹점주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번화가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점장도 "취지는 좋아서 따르고는 있지만, 매장이 바쁜데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일일이 붙여야 하고 아직도 보증금제에 대해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설명해 드려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하소연했다.
시행 후 8개월이 흘렀지만, 참여 매장이 적고 제도를 체감하는 시민도 많지 않다 보니 제도가 아직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모습을 현장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처음에는 엄청 귀찮았는데 막상 하다 보니 적응돼 귀찮은 건 좀 줄었다"면서 "취지가 좋기는 하지만, 막상 하는 곳이 몇 군데 없어서 제도 실효성이 있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나성동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한 시민도 보증금제도를 처음 듣는다는 듯 "다른 데서는 이런 거 없던데 왜 여기만 해요?"라고 직원에게 묻기도 했다.
일회용컵을 반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최인영(42) 씨는 기계에 바코드를 찍고 보증금 반환까지 완료했지만, 컵을 어디에다가 두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최씨는 "오늘 (일회용컵 반납을) 처음 해본 건데, 기계에서 컵을 수거해가는 건 줄 알았다"면서 "보증금만 반환받고 일회용컵은 반납 안 하고 다시 가져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당황해했다. 현 300원 수준의 보증금을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보증금인 1천원 정도 수준으로 높이고, 누구나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집현동 한 프랜차이즈 버거 전문점에 일회용컵 두 개를 반납하러 온 30대 B씨는 자원순환보증금 기계 앞에서 지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B씨는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반납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지인 휴대전화에 앱이 깔려있지 않았다면 귀찮아서 반납하지 않았을 것 같다.
30대인 나도 복잡하고 귀찮아서 하기 싫어지는데,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어진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20대 한모 씨는 "스타벅스는 보증금 1천원이 너무 부담이 커서 텀블러를 챙겨 들고 다니거나 사용한 다회용컵을 꼭 가져와서 반납한다"면서 "다른 카페에서 가져온 일회용컵은 300원 돌려받자고 컵을 들고 보증금 반환 기계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에 귀찮고 번거롭다 보니 그냥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후 지난달 30일까지 세종시의 일회용컵 누적 반환량은 50만8천여개이다.
반환율이 꾸준히 상승하고는 있지만, 지난달까지의 누적 반환율은 35.5%에 그쳤다. 대부분의 시민이 보증금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던 만큼, 매장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설득과 전국적인 확대 및 홍보를 더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텀블러를 들고 소담동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이수경(45) 씨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취지인 것 같아서 나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금은 텀블러를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게 됐다"며 "이런 제도는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0대 주부 유모 씨도 "취지에 공감해서 동참하고는 있지만, 세종에서도 일부 매장만 참여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하지 않고 있으니까 홍보가 아쉽다"며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면 다 같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