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밤에 빛을 내는 이유는 물리적 현상이 아니다 [책마을]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타인의사유
352쪽|1만9800원
에디스 위더
바다는 밤에 빛난다. 예부터 익히 알려져 있던 현상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밤에 바다가 자극받으면 번개처럼 빛난다고 봤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물과 염분의 마찰에 의해 전기가 발생한 결과라고 짐작했다. 뛰어난 과학자였던 그는 곧 실험을 통해 자기 가설이 틀렸음을 알았다. 병에 담은 바닷물이 점점 빛을 내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민물에 소금을 넣어도 빛은 나지 않았다.

바다가 빛나는 건 플랑크톤의 일종인 와편모충 때문이다. ‘야광충’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바다에는 와편모충 말고도 빛을 내는 생물이 많다. 새우, 오징어, 해파리, 물고기 등이 다양한 목적으로 빛을 낸다.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는 이 생물발광을 평생 연구한 미국 해양 생물학자 에디스 위더의 책이다. 바다 생물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이 담긴 회고록 성격의 탐사기다. 72세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느껴온 자연의 경이로움을 독자도 일인칭 시점으로 같이 느낄 수 있다.
그는 1982년 배를 타고 첫 해양 탐사를 갔다 온 경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탐사에서 돌아온 나는 육지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수면 부족, 열악한 음식, 형편없는 화장실이 그리웠던 것은 아니었다. 꽥 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그리워한 것은 바다에서 경험한 흥분과 동료애였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렇게 경이로운 세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니,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실 우리는 바다를 모른다. 바닷속 지형도는 달, 금성, 화성의 지형도보다 부정확하다. 책은 “우리는 심해의 0.05%도 탐사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맨해튼에서 단 세 블록, 그것도 1층에서만 둘러본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우주 탐사만큼 돈을 쏟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우주 왕복선 발사 비용(약 10억달러)이면 110년 동안 매일 두 번씩 심해 잠수(회당 약 1만2500달러)를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 미국이 해양 탐사에 책정한 예산은 2370만달러로, 우주 탐사 예산인 38달러의 0.6%에 그친다. '야광충' 같은 생물발광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1950년대 고감도 광 탐지기를 해저로 내려보낸 과학자들은 수심 300m에서 밝은 빛이 감지돼 깜짝 놀랐다. 그런데 해군도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생물발광은 광학적 잡음을 일으켜 레이저를 활용한 잠수함의 수중 통신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물살이 거칠 때 생물발광이 두드러지는데, 군함이나 잠수함의 위치가 생물발광을 통해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책에는 잠수정을 타고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 위험에 처한 일, 자연 다큐멘터리는 만들어지는 과정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한 인간의 평생에 걸친 열정과 호기심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