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6년 만에…중국 단체여행객 돌아온다

유커
지난 12일 인천항 국제여객부두에 도착한 뉴골든브릿지 5호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다. 한·중 국제 여객선의 운항 재개는 3년 7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6년여 만에 전격 허용되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항공기와 여객선을 타고 한국에 속속 입국하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중국 칭다오에서 승객 118명을 태우고 전날 출발한 뉴골든브릿지 5호가 입항했다. 가장 먼저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중국인 관광객 리옌타오 씨(40)는 “가족들과 함께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하고 면세점, 아웃렛 등에서 쇼핑까지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명동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어 안내문이 다시 붙었다. 중국어가 가능한 아르바이트생을 뽑겠다는 공고를 낸 상점도 많았다. 한 달 뒤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다가오고 있어 ‘유커 대목’에 대한 기대가 높다.

침체 겪은 관광·유통업계, 손님맞이 채비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 미국, 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 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으로의 단체 관광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무려 6년 5개월 만에 자유화된 것이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여행·항공·호텔·면세점·화장품 업계 등은 유커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제주에서는 발표 하루 만에 53척의 크루즈선이 기항을 예약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주 77편이 운항하고 있는 중국 직항 노선을 하반기에 주 157편까지 확대할 방침이다.유커(遊客)는 ‘관광객’을 뜻하는 중국어다. 국내에서는 단체 관광 상품을 이용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을 가리킨다. 개인 단위 소규모 관광을 즐기는 중국인은 ‘싼커(散客)’라고 한다.

유커는 한때 연간 8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방한 관광객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이 2017년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데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사실상 뚝 끊어졌다. 2022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22만7000명에 그쳤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해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이 156만3046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2001만6150명)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가능해진 만큼 한국인의 중국 관광 역시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의 비자 발급 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보여 양국의 여행객 교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식당 많이 폐업…인프라 대비 중요”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여행업계는 유커를 맞이할 인프라 마련에 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랜 침체기를 거치면서 중저가 호텔이 많이 폐업했고, 단체 손님을 받을 식당도 다수가 문을 닫았다. 게다가 대형 면허를 소지한 기사들의 전직으로 당장 운행할 전세 버스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다시 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손님을 맞을 준비가 잘됐는지가 문제”라며 “여행업계가 마케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