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회사 안 물려준다"…유니클로 회장 '폭탄 선언'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Mr. 쓴소리' 야나이 다다시 회장 인터뷰
"인재쇄국 풀지 않는 한 번영 되돌릴 수 없다"
"日 급여 너무 낮아..기업은 '냄비 속의 개구리'"
"아들에 회사 안 물려준다..사원들 꿈 없어져"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은 '인재쇄국'의 상태다. '개국'하지 않는 한 번영을 되돌릴 수 없다."

일본의 '미스터 쓴소리'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사) 회장이 일본 사회의 폐쇄성과 저임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현 상태를 '인재쇄국'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인재 확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야나이 회장은 "일본 기업의 보수, 특히 젊은 세대의 급여는 너무 낮다"며 "연봉을 올리지 않으면 관리자급으로 성장할 만한 젊은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층이 두텁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관리자급 인재가 나오지 않고,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주요 7개국(G7) 최저다. 관리자급 근로자의 연봉이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기업보다 낮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패스트리테일링은 신입직원의 연봉을 최대 40% 인상해 화제가 됐다.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 10억엔(약 92억원)을 내걸기도 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관리자급 인재들은 일본을 뛰처나가 싱가포르나 상하이로 간다"며 "이민을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등 인재쇄국 상태를 풀지 않으면 예전의 번영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의 문제점도 거침없이 지적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기업은 성장하는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진심'이 부족하다"며 "보다 위기감을 갖고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패스트리테일링도 대기업병에 빠져 있다.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어 "일본인들은 매사를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짬짜미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래서는 리더도 회사도 크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를 꼭 미국과 유럽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 만의 인재론도 펼쳤다. 야나이 회장은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출신이 반드시 좋은 인재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며 "'미국식'이 곧 '글로벌식'인 것은 아니어서 (GAFA 출신 인재들이) 프레젠테이션은 잘하지만 일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그는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도 우수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며 "현지 인재를 5~10년에 걸쳐 한 명씩 특화형 인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나이 회장은 50대였던 2002년 사장 자리를 다마쓰카 겐이치 현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3년 뒤인 2005년 9월 다시 회장 겸 사장으로 복귀했다. 야나이 회장은 70살이 되면 사장에서 퇴임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올해로 74세다.

후계자를 찾는 것은 패스트리테일링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패스트리테일링에는 야나이 회장의 두 아들이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창업가의 가족이 차기 최고경영자(CEO)가 되면 사원들은 꿈이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아들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야나이 회장이 이끄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앞으로 10년내 매출 10조엔을 달성해 세계 1위 의류 브랜드(현재는 H&M, 자라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 10조엔은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파나소닉도 달성하지 못한 과업이다.

야나이 회장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일본 정부와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최근 30년간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최선진국에서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총리의 취미를 외교에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한 적도 있고, 2020년 인터뷰에선 "한국에 반감을 갖는 것은 일본인이 열등해진 증거"라고 꼬집기도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