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참교육?…유튜브 자경단에 열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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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당국을 대신해 범죄자를 쫓는 '유튜버 자경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의 수사·재판 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투사되면서 수백만 조회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무관심 속에 잊혀질 뻔한 사건에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조회수를 노린 자의적 각색과 자극적 영상이 마녀사냥과 사적제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카라큘라)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관련 영상으로 3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쳐 뇌사에 빠트린 혐의로 신모(28)씨가 구속된 사건이다. 신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이튿날 석방돼 논란이 일었다.
카라큘라는 사고 며칠 뒤 신씨가 사고 이후 구호 조치 없이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식의 영상을 게시해 누리꾼의 공분을 끌어냈다. 급기야 신씨가 직접 자기 얼굴과 실명을 노출한 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카라큘라로부터 신문을 받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구독자 13만명의 유튜브 채널 '감빵인도자'는 실제 지하철역 등에서 불법 촬영 범행이 이뤄지는 장면은 물론 직접 '검거'하는 과정까지 촬영해 게시한다.
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채널명에 가져다 쓴 유튜브 채널은 배달 기사의 교통 법규 위반 장면을 직접 포착하거나 제보 받아 경찰에 신고한 뒤 이들이 경찰에 적발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구독자가 48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수사당국을 불신하는 한편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가 이들 채널의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크게 응징한다는 뜻의 '참교육'을 내세워 인과응보식 '사이다 결말'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자극한다는 것이다.다만 범죄행위에 대해 관련 전문성이 없는 유튜버 개인의 판단에 의지해 사건이 재구성되는만큼 이 과정에서 불분명한 정보가 사실인양 무분별하게 퍼져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에서는 가해자 신씨가 피해자를 한 차례 들이받은 뒤에도 액셀을 밟았다는 등의 의혹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산됐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재판을 거쳐 잘못한 만큼의 처벌을 받는 것이 합당한 데도 상황을 극적으로 각색해 과도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카라큘라는 지난 6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전과기록 등을 공개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피해자 본인이 해도 '사적 제재'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위를 제3자가 감행한 셈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활동이) 지나치게 되면 진실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로 불법 행위가 될 개연성이 있다. '공익'을 내세우지만 이들 정체가 불분명한데도 여론을 주도해 위태위태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대중의 수사·재판 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투사되면서 수백만 조회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무관심 속에 잊혀질 뻔한 사건에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조회수를 노린 자의적 각색과 자극적 영상이 마녀사냥과 사적제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카라큘라)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관련 영상으로 3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쳐 뇌사에 빠트린 혐의로 신모(28)씨가 구속된 사건이다. 신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이튿날 석방돼 논란이 일었다.
카라큘라는 사고 며칠 뒤 신씨가 사고 이후 구호 조치 없이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식의 영상을 게시해 누리꾼의 공분을 끌어냈다. 급기야 신씨가 직접 자기 얼굴과 실명을 노출한 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카라큘라로부터 신문을 받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구독자 13만명의 유튜브 채널 '감빵인도자'는 실제 지하철역 등에서 불법 촬영 범행이 이뤄지는 장면은 물론 직접 '검거'하는 과정까지 촬영해 게시한다.
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채널명에 가져다 쓴 유튜브 채널은 배달 기사의 교통 법규 위반 장면을 직접 포착하거나 제보 받아 경찰에 신고한 뒤 이들이 경찰에 적발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구독자가 48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수사당국을 불신하는 한편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가 이들 채널의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크게 응징한다는 뜻의 '참교육'을 내세워 인과응보식 '사이다 결말'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자극한다는 것이다.다만 범죄행위에 대해 관련 전문성이 없는 유튜버 개인의 판단에 의지해 사건이 재구성되는만큼 이 과정에서 불분명한 정보가 사실인양 무분별하게 퍼져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에서는 가해자 신씨가 피해자를 한 차례 들이받은 뒤에도 액셀을 밟았다는 등의 의혹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산됐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재판을 거쳐 잘못한 만큼의 처벌을 받는 것이 합당한 데도 상황을 극적으로 각색해 과도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카라큘라는 지난 6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전과기록 등을 공개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피해자 본인이 해도 '사적 제재'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위를 제3자가 감행한 셈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활동이) 지나치게 되면 진실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로 불법 행위가 될 개연성이 있다. '공익'을 내세우지만 이들 정체가 불분명한데도 여론을 주도해 위태위태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