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 티셔츠가 리셀가 30만원…'뒷골목의 샤넬' 한국에 떴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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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에 문 연 패션브랜드 '슈프림'빨간색 박스 안에 흰색으로 브랜드명이 적힌 로고로 유명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한국에도 매장을 열었다. 서울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에 문을 연 ‘슈프림 도산’은 전세계 16번째 슈프림 매장이다. 국가로 따지면 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은 두번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슈프림 도산이 지난 19일 개점했다. ‘뒷골목의 샤넬’이라고도 불리는 슈프림은 스트리트 브랜드 중에서도 유난히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공식 매장이 없어 그동안은 해외 매장이나 해외직구(직접구매), 혹은 리셀을 통해서만 제품을 구할 수 있었던 만큼 슈프림 도산의 오픈 소식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주목했다. 개점 당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매장 앞에 선착순으로 줄을 서는 ‘오픈런’이 아닌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전 예약 페이지가 열린 후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슈프림은 지난 1994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스트리트 브랜드다.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패션 브랜드를 표방하며 제임스 제비아가 창립했다. 철저한 ‘비주류’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해 온 슈프림은 창립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고유의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브랜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관련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슈프림은 영역을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유명하다. 나이키, 라코스테 등 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와도 협업한다. 옷과 신발뿐 아니라 벽돌, 도끼, 지하철 카드 등 기상천외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런 제품들도 출시되자마자 완판된다. ‘슈프림 로고만 있으면 뭐든지 팔린다’는 말이 패션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새로운 시즌 상품을 한꺼번에 내놓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슈프림은 매주 목요일마다 신제품을 소량씩 발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정 요일에 한정된 수량만을 출시하는 드롭방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브랜드의 희소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제품이 출시되는 ‘드롭데이’마다 오프라인 매장 앞에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슈프림이 매장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것도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고 위함이다.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보니 자연스럽게 리셀가도 비싸게 형성된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박스로고 티셔츠의 경우 발매가가 40~50달러 수준이지만, 리셀플랫폼에서는 2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슈프림은 이번 서울 매장 개장을 기념해 무궁화 사진이 인쇄된 한정판 티셔츠를 출시했다. 정가 7만원대의 이 티셔츠는 현재 리셀플랫폼에 30만원 가까운 가격에 올라와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슈프림이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연 만큼 리셀가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해외에 직접 가거나 리셀로만 제품을 살 수 있어 리셀가가 무섭게 치솟았는데, 이제 공식 판매 채널이 생겼기 때문에 가격이 이전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