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빌리티 혁신은 인재 양성에서 시작된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 회장·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전통적인 교통수단 공급과 관리를 넘어서는 시스템 측면에서 새로운 계획 관리가 필요한 시대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모빌리티 혁신은 이를 주도할 전문 인력의 양성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 요소 중 첫째는 모빌리티 수단의 다양화다. 신교통수단인 자율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퍼스널모빌리티(PM), 전기차, 수소차 등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다양한 요소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전자, 제어, 기계, 항공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혁신적 모빌리티 수단은 이동의 범위와 영역을 확장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둘째는 연결성의 향상이다. 모빌리티 서비스에서의 연결성은 각 수단 간 연결, 교통 인프라와의 연결, 도시 주요 지점과의 연결 등을 의미한다. 수단 간의 끊김 없는 연결을 통해 통합적 교통서비스 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는 모빌리티 정보의 통합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교통수단과 도시 공간을 더욱 효율적이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정보 활용을 통한 통합교통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의 구현이다.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 요구에 국내외 유수의 대학 관련 학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장의 요구는 급박하지만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미래형 인재 양성에 대한 기반은 미약하다. 현재 국내 10여 개 대학에서 모빌리티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기·전자·기계 등 제조기술에 기반한 프로그램이다.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통, 도시, 정보, 인공지능, 제조기술 등 다학제적이며 통합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모빌리티 혁신법 17조에 모빌리티 전문인력 양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세부적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은 투트랙 전략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대학·대학원에서 다학제적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둘째,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을 위한 현장 중심의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엔지니어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스템 관점에서 보고 계획·설계·운영할 수 있는 포괄적 역량과 함께 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따라서 대학·대학원 교육에서 인재를 배출하고 현업에서 활동 중인 엔지니어에 대한 전문인의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준비된 다수의 전문 인력을 당장 필요로 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 분야 인재를 교육해 사회로 배출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모빌리티 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할 전문 인력 양성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