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생에너지, 성장동력 되기 힘든 까닭

국내 태양광 시장조차 中에 뺏겨
되레 고비용 에너지 시대 대비를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옹호자들은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대체로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대규모 투자 수요가 새로운 산업과 고용을 창출해 성장을 이끈다는 논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변화 방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꽃놀이패’ 정책으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의 대응 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성장 기회가 된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에너지전환에 1조1000억달러(약 1350조원)가 투자돼 처음으로 화석에너지 투자액을 추월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투자 규모를 당장 3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로 전망도 밝다. 따라서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춘다면 수출을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산업은 중국에 시장을 거의 다 빼앗기고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재생에너지 수출을 통한 성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그러면 에너지전환 자체가 성장 요인이 될 수 있을까. 에너지전환은 원전을 제외하면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좁게 해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결국 전기 형태로 이용된다. 따라서 에너지전환은 화석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전화(全電化)’와 발전 방식의 전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기는 투입물이 무엇이든 전기일 뿐이다.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든 산출물 차원에서는 전혀 구분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기 생산 단계에서 산출물의 가치는 에너지전환으로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입 비용은 크게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화석에너지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계통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소위 시스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출물인 전기는 그대로인데 투입 비용만 늘어나니 전기 생산 단위당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전전화는 산출량으로서 발전량을 증가시켜 전기 생산 단계의 부가가치 총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전화는 석유, 가스 부문의 부가가치를 감소시켜 전기부문의 부가가치 증가분을 상쇄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하는 제조업 등 다른 부문의 부가가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에너지전환은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정의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 즉 경제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그렇다고 에너지전환에 의한 성장 잠재력 향상도 낙관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옹호자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자본 축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개 재생에너지 투자는 화석에너지 자본을 대체하는 투자여서 국가 전체의 자본 축적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저탄소 에너지전환은 필수다. 그렇다고 마치 에너지전환을 장밋빛으로 덧칠해 막연한 낙관론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에너지전환을 저성장, 고비용 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도전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역량을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