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거짓 신고한 '오피스 빌런' 책임 물어야"
입력
수정
지면A25
인터뷰 - 조상욱 율촌 노동팀장“신고자를 보호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해 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직원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부서장 교체 등 사적 목적 노려
봐주다간 기업 평판 악화 우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사법연수원 28기·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기업 평판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조 팀장은 20년 넘게 각종 노동사건을 다룬 노동법 전문가로 최근엔 ‘선 넘는 사람들’이란 책을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윤리의식이 약하고 인격상 결함이 있어 직장에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을 사무실(office)과 히어로 영화 속 악당인 빌런(villain)을 합친 ‘오피스 빌런’이란 용어로 표현해 유형별 특성을 분석했다. 조 팀장은 지난달 출범한 율촌 노동조사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오피스 빌런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의 진상 규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 팀장은 오피스 빌런 중 “괴롭힘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하는 유형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업이 신고 내용을 비밀로 하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못 하게 하는 등 신고자를 강력히 보호한다”며 “그러다 보니 이 법을 방패 삼아 맘에 안 드는 부서장 교체, 근로계약 갱신, 실업급여 수급 등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거짓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과거와 달리 부하의 상사 괴롭힘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향 단원들이 대표를 내보내기 위해 증거를 조작해 폭행죄로 몰아간 사건처럼 부하직원이 집단의 힘으로 개인을 핍박하는 사건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며 “비서나 운전기사가 자신이 보좌하는 임원의 비리를 가지고 공갈·협박하는 사건도 여럿”이라고 설명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4043건 접수됐다. 조 팀장은 “사람들이 괴롭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예전엔 용인하던 것들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게 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의 ‘똑똑하고 당당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법 지식과 사실관계 조사, 각종 사례 관리 등의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건을 무마하거나 가해자와 타협하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