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산책한 바이든 "자상하고 엄했던 부친, 닮은점 많다"

3국 정상, '노타이'로 7시간 동안 친근감 나눠

尹, 해외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美 대통령 별장' 직접 안내 받아

尹 "사적인 이야기 많이 했다"
바이든 "최고 행복…그레이트"
기시다, 尹에 한국어로 인사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7시간을 함께 보냈다. 정상회의 진행뿐만 아니라 세 정상이 지난 1년여간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의 ‘아버지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김범준 기자
윤 대통령은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했다. 이어 모친이 한국인인 운전사의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한국계 해병을 카트 운전사로 배치할 정도로 미국 측이 윤 대통령을 환대하고 세심하게 예우했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산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숙소인 에스펜 안팎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두 사람은 캠프 데이비드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 국빈 방문과 캠프 데이비드 초대가 동시에 성사된 해외 정상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고, 에스펜 별장 내부를 안내받은 정상도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선 국제정치 얘기 대신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날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상하면서도 엄한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버지를 뒀다는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별세한 것을 염두에 둔 대화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직후 숙소로 전화를 걸어 “헬로 마이 프렌드”라고 인사한 뒤 윤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다.

친근감 나눈 3개국 정상

다음 일정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한·미·일 정상회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의 장소인 롯지 로렐에서 한·일 정상을 맞이했다. 카트를 타고 온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오솔길에 내려 나란히 걸어 이동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먼저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한국어로 인사했다.

세 명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자 바이든 대통령은 “웰컴”이라는 말로 두 정상을 환영했다. 넥타이를 하지 않고 만난 세 정상은 기념촬영한 뒤 회의장으로 걸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함을 보였다. 3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정상회의에서는 안보 및 경제 협력 방안 등도 논의됐지만 윤 대통령 부친상 및 하와이 산불 관련 위로의 대화 등도 오갔다고 한다.

정상회의 직후 마련된 오찬 메뉴도 격식을 차리기보다 미국 측의 친근감이 배어났다. 캠프 데이비드가 있는 카톡틴산에서 나는 복숭아를 얹은 샐러드와 스쿼시 라비올리, 초콜릿 크런치바 디저트가 제공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바이든, “최고로 행복하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약 20분의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공동기자회견이었다. 세 정상은 캠프 사령관 관사 앞 도로에 나란히 서서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취재진 질문에 답했다. 기자회견은 총 63분간 이뤄졌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 세 정상이 인근에서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회견장에 있는 기자들에게까지 들렸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바이든 대통령은 “제가 최고로 행복해 보인다면, 맞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그레이트(great)”를 연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숲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기시다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윤 대통령과 헤어지면서도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인간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고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동은 그 하이라이트”라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진 만큼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 나아가 한·미·일 관계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