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토 되찾을 대반전 가능성 점점 작아진다"

러 방어선에 고전…서방무기·드론도 전황 못바꿔
가을이면 다시 '진흙탕 시즌'…반격작전 실패하나
WSJ "미·러 전략목표 불분명…전쟁 수년 지속될수도"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로부터 점령지를 되찾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서방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수십만발의 지뢰와 겹겹이 파인 참호에 의존해 버티기에 들어간 러시아군 방어선에 가로막혀 두 달 넘게 소모전을 강요받고 있어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반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선택지가 고갈돼 가는 듯 보인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초부터 이른바 '대반격' 작전을 진행 중이지만 몇몇 마을을 탈환했을 뿐 전선을 돌파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두 달여 간 우크라이나군이 되찾은 점령지 면적은 약 210㎢로 알려졌다.

작년 2월 개전 후 줄곧 졸전을 거듭하던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굳건히 지키는 동시에 일부 전선에선 오히려 점령지를 넓히는 등 예상 이상의 분전을 보인 결과다.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포병 전력도 충분치 못한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장사정 무기와 드론(무인기)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고 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프란츠 스테판 가디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러시아군 전선 후방의 병참 거점을 타격했지만 전선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거점이 망가지긴 했지만, 즉각적인 붕괴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망가지지는 않았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전선이 사실상 교착된 채 소모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드론(무인기)으로 모스크바 시내를 공격하고 크림대교를 파손시키는 등 작전을 벌였지만 역시 전황을 바꿀 정도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소속 군사 전문가 밥 해밀턴은 "단 하나의 무기체계가 확실한 해결책(silver bullet)이 될 수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투의지를 약화하는데 충분한 수의 드론을 생산하고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목표물들을 타격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본토에 대한 이런 공격이 확전을 우려하는 서방으로 하여금 에이태큼스(ATACMS) 등 고성능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은 사라져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눈이 녹거나 비가 오면 땅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바뀌면서 진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정보기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한다는 작전 목표를 올해 중 달성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비관론은 430억 달러(약 57조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원조 패키지가 몇주 뒤 만료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지원을 위한 의회 승인을 구해야 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 방송이 이달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답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도 약화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는 미국과 러시아가 달성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모호하다는 점도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하겠다면서도 이번 전쟁이 서방과의 무력충돌로 확전하지 않도록 군사원조 수준을 조절해 왔는데, 지금처럼 전선이 교착되면 "(전 국토의 회복을 원하는) 우크라이나는 평화협상을 원치 않고, (현 상황 고착을 원하는) 러시아도 평화협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WSJ은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전쟁 상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권좌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