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바꾼 대특종과 '딥 스로트'의 정체, 마침내 국내 출간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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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6월 17일 미국 정치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복 차림의 남자 다섯 명이 주머니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득 넣고 도청 장치를 운반하다가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체포된 것. 이들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이곳에 불법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던 비밀공작반이었다.
시크릿 맨
밥 우드워드 지음
채효정 옮김
마르코폴로
276쪽 / 2만원
사건은 초기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닉슨은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재판 과정에서 녹음 테이프 등 닉슨과 백악관이 크게 관여했다는 증거가 여럿 나왔고, 2년여 공방이 이어진 끝에 1974년 8월 8일 밤 닉슨은 끝내 사임을 발표했다. 이 사건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신입 기자였던 밥 우드워드는 칼 번스타인과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쳤다. 이 엄청난 ‘특종 기사’를 쓴 우드워드는 사건을 보도하는 데 비밀정보원의 역할을 해준 ‘딥스로트(deep throat)’의 이야기를 저서 <시크릿 맨>에 담았다. 2005년 쓴 책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번역돼 나왔다. 우드워드와 딥스로트의 인연은 우드워드가 기자가 되기 전, 해군 중위였던 시절에 시작됐다.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우연히 만났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남을 지속했다.
우드워드가 워싱턴포스트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딥스로트는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했고, 두 사람은 도청과 미행을 우려해 닫힌 아파트 창문의 커튼, 빨간 헝겊 깃발 등 비밀리에 만나기 위한 수단과 신호를 사용했다.딥스로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고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우드워드는 취재원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밝히지 않았다고 책에서 설명했다. 그리고 2005년 딥스로트의 변호사는 딥스로트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2인자, W 마크 펠트라고 밝혔다. 33년 만이었다.
책은 사건이 흘러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기록하고 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원칙에 따른 펠트의 행동, 그를 보호해야 하는 우드워드의 책임감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질문도 던진다. 펠트는 내부 비밀을 알려준 밀고자일까, 국익을 최선으로 여긴 애국자일까. 우드워드는 이에 대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용기 덕분에 불법을 저질렀던 부패한 닉슨 정부가 무너졌다”고 답했다.두 사람은 단순히 기자와 취재원에 그치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펠트와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알았고 나는 몰랐다. 나는 허둥대며 위험하기 짝이 없이 길을 벗어나 넘어지기 일쑤고 그는 지혜를 발휘해 배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 관계는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었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