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아님 안도랠리'…올해 잭슨홀 회의 내용은 이렇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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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이 '차이나 리스크' 감안할까 / 美주간 증시전망
엔비디이와 한·중 금리 결정 주목

기자회견 수도 배로 늘렸고 기자회견 시간도 역대 그 어느 의장보다 깁니다. 질의응답에서도 변호사 출신다운 면모를 보입니다. 경제학자나 관료 출신들과 달리 본인만의 논리로 요리조리 잘 피해갑니다.
그리고 나름 균형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정책 결정문이 매파적이면 기자회견에서 비둘기 색채를 띱니다. 반대로 결정문이 비둘기에 가까우면 회견 발언을 강하게 합니다. 그리고 결정문 발표 후 증시가 크게 뛰면 기자회견에서 이를 바로잡습니다. 반대 상황이면 그에 맞게 행동합니다. 파월을 기름장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파월의 이런 면모를 가장 보기 힘든 행사가 잭슨홀 회의입니다. 보통 기자회견을 1시간 가까이 하지만 잭슨홀 회의 연설은 10분 안팎입니다. 그리고 질의응답도 받지 않습니다. 짧고 강하게 치고 빠집니다. 그래서 시장의 출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할 말만 하고 빠지는 파월답지 않은 행사가 잭슨홀회의입니다. 그런데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 단어 하나나 문장 하나 해석에 매달리게 됩니다.
역대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이 한 발언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카운터 펀치 날린 2022년

지난해 8월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강성 매파로 돌변했습니다. 9분도 안되는 시간에 카운터 펀치를 여러번 날렸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 하나 받지 않고 연단에서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요동치길 바라며 작정하고 연달아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정책대응 계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이 지연될수록 인플레가 고착화되기 때문에 인플레를 통제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1bp=0.01%포인트) 올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금와서 이 얘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미국의 기업과 가계는 고금리 고통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미국 밖에서 겪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과 가계가 아닌 다른 나라의 기업과 가계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위기가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미국 인플레이션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내려오면 실업률도 올라가 미국 가계와 기업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았고 그 전에 미국 밖에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책 발표회장이었던 잭슨홀 회의
대부분 이전의 정책노선을 재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잭슨홀 회의는 Fed의 새로운 정책이나 기조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2021년 8월 잭슨홀 회의는 역사적 오판의 현장이었습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를 과소평가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물가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물가는 3 개월 연속 4%를 상회하고 근원 PCE물가도 4개월 연속 3%를 상회하던 때입니다.
2020년 8월 잭슨홀 회의에선 파월 의장은 평균 물가목표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평균 2%가 넘어야 금리를 올리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물가가 한 두번 2% 위로 올라간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저금리 시대 초장기화'를 공식화한 것입니다.
'잭슨홀' 아닌 '트럼프홀'
파월 의장은 그해 잭슨홀 회의에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버티던 때입니다. 그래서 잭슨홀 회의에선 금리인하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볼 때 우리 경제는 목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제는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잭슨홀에서 무슨 말을 했든 트럼프홀이 모든 걸 압도하는 블랙홀이었습니다. 결국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걸 더 염려하게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파월
잭슨홀 회의가 무색무취하던 때도 있었고 허리케인 같던 때도 있었습니다. 정치에 휘둘리던 시기도 있었고 본인의 소신을 과도하게 표출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고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이 Fed를 믿지 않던 지난해와도 상황은 다릅니다. 긴축을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Fed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 했습니다.
잭슨홀 리스크 덮을 호재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AI 붐을 일으켰습니다. 주가도 며칠 만에 30% 올랐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금리 결정도 있습니다. 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있는 한국은 5연속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번주엔 엔비디아발 호재가 나올지와 중국발 리스크가 잠잠해질 수 있을 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 후반에 잭슨홀 회의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지가 시장 안정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