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직전 원전 들어가보니…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오염수 방류 직전 후쿠시마 원전 들어가보니(上)

도쿄전력 초청, 오염수 희석·방류 설비 시찰
4250명 근무 원전 부지 96%는 보호장비 필요없어
기시다 총리 내일 결정하면 1일 최대 500t 방류
바닷물 51만t과 섞어 사고전 수준으로 희석
지난달 21일 기자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제1원전 내부를 방문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원전 시설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방류 준비를 끝낸 뒤 한국 기자에게 오염처리수 희석·방류 시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르면 내일(22일)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오염처리수 방류를 결정할 계획이다.따라서 이번 방문은 방류 직전에 이뤄진 마지막 언론 공개가 됐다. 한국경제신문은 시찰에 초청된 15곳의 해외 언론 가운데 유일한 경제신문사였다.
처음 본 후쿠시마제1원전은 2011년 폭발사고를 일으킨 1~4호기 원자료만 없다면 정리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정유공장 같았다. 서울광장 265개 크기인 원전 부지 4분의 1은 약 1000개의 탱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람 크기보다 큰 배관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었다. 도쿄전력 직원 1200명을 포함해 1일 평균 4250명의 작업원들이 근무한다.
1000여개의 탱크들은 ALPS로 거른 오염처리수를 모아두는 저장고다. 지난 5월 현재 오염처리수는 133만㎥까지 늘어 저장 능력의 97%에 도달했다. 물탱크를 더 늘렸다가는 폐로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를 방류한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원전 부지의 96%는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다만 이번에 원전을 찾은 취재진은 방사선 농도가 높은 지역까지 둘러보기 때문에 WBC(Whole Body Counter·전신 방사선 물질량 측정기)와 보호장비 및 방사선량측정계 착용과 같이 복잡한 입장과 퇴장 작업을 거쳐야 했다. 105분 동안 원전 부지를 둘러보는데 입장과 퇴장 준비만 105분이 걸렸다.
시찰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희석·방류 설비와 ALPS 설비,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전 1~4호기를 둘러보는 순서로 이뤄졌다.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홀딩스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는 "현장 작업원은 1개월에 0.2~0.3밀리시벨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량)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연간 노출량이 50밀리시벨트, 5년간 누적 노출량이 100밀리시벨트를 넘기면 5년간 현장 근무에서 제외된다. 도쿄~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1밀리시벨트, 위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하면 3밀리시벨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처리수 희석·여과설비는 원전 5~6호기 앞에 지어졌다. 2011년 폭발사고 당시 피해를 입지 않은 구역이다. 언덕 위에는 희석 전의 오염처리수를 모아두는 35개의 최종 저장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바닷가 쪽에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해수이송펌프 3개와 해수 배관 파이프가 설치됐다.

오염처리수가 흐르는 파이프는 까만색인데 바닷물이 흐르는 파이프는 파란색으로 칠해 구별하기 쉽게 했다. 자동으로 이상을 감지해 오염처리수의 희석과 방류를 중단시키는 긴급 차단밸브도 두 곳 설치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류를 지시하면 최종 저장탱크에서 1일 최대 500t의 오염처리수를 흘려보낸다. 흘러내려온 오염처리수는 해수배관 헤더에서 해수이송펌프로 끌어올린 51만t의 바닷물과 섞여 희석된다.
희석된 처리수는 깊이 5m의 상류수조에 모인다. 상류수조에 모인 처리수의 리터(ℓ) 당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까지 낮아진다. 2011년 폭발사고 전 후쿠시마원전의 방류수와 같은 농도다. 일본 정부 배출 기준은 6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기준은 1만㏃이다.
상류수조를 채운 처리수는 깊이 16m의 하류수조를 거쳐 해저 파이프로 흘러간다. 해저 파이프는 원전 앞바다 1㎞ 앞까지 설치돼 있다. 수심 12m에 설치한 방류입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방류입구를 통해 흘러나온 오염처리수는 바닷물과 섞이면서 더욱 희석이 되고, 주변 2~3km 지역을 제외하면 트리튬 농도는 전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마츠모토 준이치 도쿄전력홀딩스 ALPS 처리수 대책 책임자는 "처리수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방류 지점으로부터 10km 떨어진 곳부터는 자연계의 트리튬과 구별이 안될 정도로 희석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IAEA는 지난달 4일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은 IAEA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 오염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같은 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직전 후쿠시마 원전 들어가보니(下)에서 계속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