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권 대표 "잘 알려지지 않은 ESG 우수기업 발굴"
입력
수정
지면B7
인터뷰 -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자가 회사 설립 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마인드를 가졌는지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IBK-스마일게이트 ESG 펀드 1호' 선보여
2차전지 분리막 재활용 '라잇루트'에 첫 투자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 대표는 ESG 분야에서 좋은 기업을 찾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팩트 투자도 선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ESG 펀드의 대표 매니저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서 출자한 ESG 계정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첫 시범 펀드인 ‘IBK-스마일게이트 ESG 펀드 1호’를 선보였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와 IBK기업은행이 주요 출자자로, 구 대표는 이 펀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ESG 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그는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기존 관행이나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이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한 사람이 있다”며 “이렇게 탄생한 기업들이 ESG 투자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말라리아 진단 플랫폼 개발사 노을을 들었다. 구 대표는 “혈액이나 조직을 진단할 때 사용되는 액체 염색법은 세포를 시약으로 염색한 뒤 물로 씻어내야 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환경 오염 문제가 있다”며 “노을은 다른 진단회사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물 없이 진단할 수 있는 고체 염색법을 개발해 아프리카 등 물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수질 오염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을은 창업자 비전이 명확하다 보니 다른 진단 회사처럼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 직원이 오염수를 줄이는 신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회사들이 앞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ESG 펀드의 1호 투자 기업으로 2차전지 폐분리막 재활용 기업 ‘라잇루트’를 낙점했다. 라잇루트는 2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손상돼 쓰지 못하게 된 폐 분리막을 활용해 의류용 원단을 만든다. 그는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부자재를 재활용하는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라잇루트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아웃도어 의류 소재로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임상 시험에 실패했더라도 제대로 된 임상 데이터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임상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양질의 환자군을 모집해 임상 설계를 정교하게 하고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인 키닥터들로부터 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을 받았다면 실패한 임상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단 실패한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해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임상설계 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그룹의 투자부문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조2000억원을 운용한다. 구 대표는 2011년부터 12년 동안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60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심혈관계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인벤티지랩을 비롯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두, 신약 개발사 디앤디파마텍, 바이오베터 개발사 알테오젠 등을 발굴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