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100% 재활용하는 현대차 인도·아산 공장

현대자동차가 수자원 보호 시스템을 국내외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도와 아산공장은 이미 폐수 무방류 시스템 구축하고 지난해에만 228만톤의 용수를 재사용했다. 특히 인도 체나이 공장은 5개의 연못을 조성하는 등 수자원 관리에 적극적이다
[한경ESG] ESG Now
현대차 인도 첸나이 생산법인.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폐수 재활용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기는 폐수를 정수해 공업용수로 다시 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물 부족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0월 울산 3공장에 폐수 재이용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그간 폐수처리장에 보내던 방류수를 3공장 내 도장 부스에서 세정식 집진기 순환수로 재활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5만2000톤의 용수를 재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 소재 공장에서는 악취 제거와 염화수소 배출 농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세정식 집진기 세정수 자동 관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러한 시스템을 토대로 설정된 오염도 초과 시 세정수를 자동으로 교체할 수 있다. 특히 수동적으로 세정수를 교체한 기존 시스템보다 안정적·효율적으로 대기 방지 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용수 및 원가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사업장에서도 수자원 보호 ‘앞장’현대차는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장을 대상으로 폐수 재이용 시스템 도입을 늘리고 있다. 수년 전부터 완성차업계에는 ‘용수 리스크’ 그늘이 짙어졌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용수가 필요하지만,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야기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다.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평균 강수량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상수도 공급 부족과 용수 이용 원가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소재 채취, 부품 조달, 생산, 운행 과정에 이르는 전과정에 걸쳐 ‘2045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전기차 전환 전략, 사업장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추진, 공급망 탄소배출 감축 등 전략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특히 탄소를 제외한 환경지표의 정량적 개선을 위해 용수와 폐기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생산량과 연동해 증가하는 용수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상승분을 억제하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개선 목표를 설정·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가 진출 국가별로 용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공장의 용수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는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수자원 고갈 위험 평가를 시행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평과 결과 5개 사업장이 고위험 등급을 받았고,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인도·아산공장에선 이미 ‘폐수 무방류’ 시스템 구축

이미 용수를 100% 재활용하는 사업장도 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물 부족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는 인도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 생산법인에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용수를 모두 재사용하고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다. 빗물 집수시설 강화, 저수지 확대 등 다양한 수자원 보호 조치도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런 방식으로 인도에서 하루 130톤가량의 물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 첸나이 생산법인에는 5개의 폰드(연못)가 있다. 비가 자주 오는 우기에 용수를 저장하고 이를 공업용수로 사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재사용하는 용수는 연간 기준 33만5000톤에 이른다. 첸나이 생산법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1폰드에는 최대 15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런 방식으로 용수를 모아뒀다가 첸나이 생산공장 내 차체공장과 의장공장 등에 필요한 만큼 활용하고 있다.
폐수 무방류 시스템은 국내 충남 아산공장에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최근 아산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용수를 생산하기 위해 오폐수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진공 건조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브라질생산법인은 생산공정 단계에서 필요한 세척수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생산법인(HMMA)은 폐수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장이 위치한 앨라배마주 지역 상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 외부 전문업체와 폐수 수질 점검을 위한 정기 회의체를 구축했다.

현대차, 지난해 228만 톤 용수 재사용

현대차가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활용한 용수 재사용량은 총 228만4154톤에 달한다.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재사용 비율은 지난해와 유사하게 21%대를 유지했다. 회사의 지난해 용수 사용량 목표는 생산계획 물량을 기반으로 산출된 예상 사용량 대비 5% 감축한 1086만8795톤으로 설정됐는데, 실제 사용량은 1079만93톤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이러한 노력은 S&P 글로벌의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우수한 ESG 경영 수준을 인정받는 것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 기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월드지수에 2년 연속 편입했다. 용수 사용량 등 환경 효율성 개선, 전략적 인사관리, 지속가능한 브랜드 등 지표에서 성과를 창출해 동종 산업 1위로 평가받은 것이다.
현대차 사옥. 사진 : 한국경제신문
기아도 평균강수량 감소를 대비해 내부 심의를 거쳐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용수 재활용 기술개발 및 설비 개선 등 계획을 검토 중이다. 특히 3차 RO(역삼투압 방식) 시스템을 설치해 폐수를 재활용하고 있다. 오토랜드 광주는 2공장에 RO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오토랜드 광명, 화성, 광주 1·3 공장은 이미 2017~2018년 공사를 완공해 폐수 재활용량을 최대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공업용수 인프라를 검토·개선함으로써 용수 사용량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질로 인한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24시간 수질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대표적 국가는 인도다. 기아 인도 공장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2020년부터 공장 폐수를 전량 재사용(45만8411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3개년 사용 단위의 평균 대비 1.5% 이상 저감 목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DJSI 월드지수 편입은 중장기 지속가능경영 방향성에 따른 적극적 ESG 창출 활동 성과”라며 “향후 ESG 경영 수준 향상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국경제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