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주軍 지원에 최소 40조 투입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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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조원 내년 미국 국방 예산 분석해보니미국이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우주군(Space Force) 기술 연구개발에 내년 197억8411만달러(약 26조54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우주군 물자 조달 42억5359만달러, 운영 및 유지비 49억3036만달러 등을 포함하면 300억 달러가 넘는다.
우주 R&D 26조 등 최소 40조 투자
우주군, 21일부터 열리는 한미 프리덤실드에 사상 처음 참가
한미연합사 "우주군이 육해공 전투와 사이버, 인지전 모든 곳에서 활동"
육군(Army)과 공군(Air Force), 해군(Navy)과 미 전역 방어(Defense Wide)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는 우주 관련 예산까지 포함하면 3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한 해 들이는 총 연구개발(R&D) 예산 30조원을 훌쩍 넘어 1년치 국방 예산 57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미 의회 상원이 지난달 말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NDAA) 예산 내역 8443억여 달러(1132조원)를 21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NDAA는 미 육·해·공군과 우주군, 전역 방어에 관련된 예산과 함께 군인 주거 지원, 건설 인프라 예산 등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우주군 R&D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차세대 공중지속적외선체계(OPIR) 구축 사업이다. 북한을 위시해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 적성국이 미 본토 공격을 목표로 핵탄두를 실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기에 파악하는 위성 여러 기를 개발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지상, 해상 또는 공중 어디서 ICBM이 발사되든지 관계 없이 탐지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다.
기존에도 ICBM 조기경보 체계(SBIRS)는 있었지만 이는 마하5(시속 약 6000km) 이상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ICBM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밀월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도 지난해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을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OPIR 개발 예산은 지상 인프라 6억6136만달러, 위성 5기 개발비 17억3320만달러 등 26억1675만달러가 책정됐다. 이들 위성이 감지한 ICBM을 지구 저궤도, 중궤도에서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 개발엔 23억1021만달러를 투자한다.
OPIR을 구성하는 위성 가운데 지구 상공 3만6000km에 떠 있는 정지궤도위성 3기는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이다. 극궤도를 도는 위성 2기는 록히드마틴에 필적하는 방산 기업 노스럽그루먼이 개발하고 있다. 이들 위성은 2025년부터 미 우주군에 공급될 전망이다. 록히드, 노스럽과 함게 미국 4대 방위산업 기업으로 꼽히는 레이시언테크놀로지 역시 극초음속 ICBM 등을 포착할 수 있는 중궤도 위성 6기를 개발해 2026년까지 우주군에 납품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국은 현재 글로벌위성항법체계(GPS)보다 정확도가 3배 이상 높고 전파 방해(재밍) 저항 능력이 8배 높은 차세대 GPS 위성인 GPS-3 관련 예산도 늘렸다. 록히드마틴이 이들 위성 20여 개를 개발하고 있다.우주에 대한 미국의 이런 전폭적 투자는 7000억원의 예산을 갖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개 부처 산하 외청으로 설치한다는 한국 우주항공청과 극명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국 우주청은 이마저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쟁에 발목이 잡혀 연내 출범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록히드마틴은 한국을 비롯한 자유 우방국 최대 전략자산인 F-35 스텔스 전투기, 역사상 최강으로 평가되는 스텔스 전투기 F-22, 이지스 구축함 체계 원천기술 등을 개발한 기업이다. 미국 3대 전략 핵폭격기 중 하나인 B-2 스텔스기 개발사로 유명한 노스럽그루먼은 최근 미군이 차세대 전략폭격기로 선정한 B-21을 개발하고 있다. B-21은 지난해 말 실루엣이 처음 공개됐다. 올 미군 항공기 조달 예산 203억 달러 가운데 F-35에 57억달러, B-21 레이더 개발에 23억달러가 들어간다.
미 주력 방위산업 기업이 모두 우주기술 개발에 한창인 이유는 우주군의 활동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성 감시정찰 정보 제공이나 재밍 등 일반적 능력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육·해·공군의 지휘통제 및 통신, 표적 확보 및 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주군이 없이는 불가능한 형편이 됐다.이날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훈련에 사상 처음 미 우주군이 참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프리덤실드엔 미 우주군사령부와 함께 인도·태평양 우주군사령부, 작년 창설한 주한 미 우주군사령부가 모두 참가했다.아이작 테일러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장은 지난 14일 합동참모본부와 공동 브리핑에서 "이번 UFS에서 새로운 부분은 우주군이 참여한다는 것"이라며 "우주군이 지상, 공군, 해군, 사이버전, 인지전 등 분야에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훈련하겠다"고 했다. 한미는 이번 연습기간동안 통합화력훈련과 공군 쌍매훈련 등 30여 건의 종합 훈련을 할 계획이다.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등도 참여한다.한미는 이번 UFS부터 '북한 국지도발→전면전' 순서로 고정시켜놨던 훈련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전면전을 상정하고 완전히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개전 초부터 가짜뉴스 유포,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 사용을 불사할 것"이라며 "올해 을지연습부터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훈련을 처음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