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만수교 변심' 제2의 온두라스?…뒤에서 웃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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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형 16년만 좌향좌, 중남미 좌파물결 강화…에콰도르도 1차서 좌파 1위
중국과의 접점 넓힐 듯…'中과 패권경쟁' 美, 경계 속 중남미 내 영향력 강화 부심 중남미 주요국을 뒤덮은 거센 '좌파 물결' 속에 16년 간 중간 또는 오른쪽에 치우쳐 있던 과테말라의 민심도 왼쪽으로 돌아섰다. 같은 날 대선을 치른 에콰도르에서도 좌파 후보가 1위로 결선에 진출하는 등 중남미 우파 세력은 움츠러 든 모양새다.
특히 친중 성향 후보의 당선으로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었던 과테말라의 대중국 및 대만 정책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게 됐다.
중국이 좌파 정권 득세를 발판 삼아 중남미 내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는 중남미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과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 중남미 좌파 승리 전략은 '현 정권 심판'…핑크 타이드 확산하나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1차 1위' 우파 산드라 토레스(67) 후보를 제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7) 당선인은 이 나라에서 손꼽는 '사회주의 명문가' 집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으로, 1944년 과테말라 혁명 이후 첫 민선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선거 캠페인에서 아레발로 당선인은 선택의 자유 보장과 근로자 중시, 대중 교육 등 "부친이 남긴 여러 유산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과테말라 일간지 프렌사리브레는 전했다. 특히 그는 "기득권 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16년간 이어진 우파 정권의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든 유세 전략으로 표심을 끌어모았고, '1차 대선 전 중위권', '1차 대선 2위'라는 열세 속에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아레발로 당선인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4년(단임제)이다. 탄핵 위기에 놓였던 기예르모 라소(67)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으로 이날 대선을 치른 에콰도르에서 1위로 결선(10월)에 진출한 좌파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는 '보수 세력을 또 믿느냐'는 전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갔다. 곤살레스 후보는 에콰도르 부패의 대명사인 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최측근 인사다.
이 때문에 그는 유세 내내 다른 7명의 후보로부터 '부패의 연장선'이라는 공세에 시달렸으나, "수천명의 공무원을 통제할 순 없는 노릇"이라는 방어 논리로 맞섰다.
그러면서 "적어도 (코레아 정권 때엔) 지금처럼 치안이 엉망은 아니었다"는 되치기로 우파 성향 정부에 실망한 표심을 자극했다.
두 나라 대선 양상은 최근 목격된 중남미 국민들의 '좌클릭' 이유와 유사한 면이 많다.
2010년대 줄줄이 '파란색' 우파 정권이 득세했던 중남미 국가 곳곳에서는 2020년 전후로 치안 불안에 더해 무능한 정부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컸다.
페루와 칠레 등지에서는 원주민과 학생, 농민을 중심으로 한 시위도 이어졌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균형추는 결정적으로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팬데믹 대응 실패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보편적 복지를 중시하는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등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페루,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 정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까지 귀환하면서 온건 좌파 물결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는 거대한 파도라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 과테말라, '대만 수교 변심' 온두라스 전철 밟나…뒤에서 웃는 중국, 美 대응 주목
중남미 좌파의 득세로 주목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투자 외교'를 앞세워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열심인 중국은 과테말라와 에콰도르의 대선 결과를 어느 나라보다 반길 만한 분위기다.
'외교통'인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이미 후보 시절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미 유일 대만 수교국이기도 한 과테말라에서 당시 '유력 후보'의 이런 언급에 대만은 일찌감치 우려 섞인 반응을 내보이며 촉각을 세운 바 있다.
아레발로의 당선으로 일각에서는 대만과의 단교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중미 온두라스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인 셈이다.
대만과 온두라스의 단교는 1941년 관계 수립 이후 82년 만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아레발로가 대만에 대한 오랜 신의와 더불어 중국과의 관계를 확장하길 원한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관계를 맺는 어떠한 나라도 대만과 별도의 외교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중국의 정책에 비춰 아레발로의 그러한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좀 더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의 경우 이미 최근 수년 새 비석유와 농산물 분야를 비롯한 대(對)중국 교역이 일부 품목에서 지속해서 늘어나는 등 '경제 파트너'로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이 나라의 바나나 마케팅 수출협회 측은 지난 6월 농수산물 관련 전문 매체에 "우리는 중국으로의 바나나 수출이 향후 10년 안에 연간 3배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는 미국으로선 소위 '뒷마당'을 지키기 위해 중국 견제 고삐를 죄는 동시에 중남미 내 영향력 강화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중국과의 접점 넓힐 듯…'中과 패권경쟁' 美, 경계 속 중남미 내 영향력 강화 부심 중남미 주요국을 뒤덮은 거센 '좌파 물결' 속에 16년 간 중간 또는 오른쪽에 치우쳐 있던 과테말라의 민심도 왼쪽으로 돌아섰다. 같은 날 대선을 치른 에콰도르에서도 좌파 후보가 1위로 결선에 진출하는 등 중남미 우파 세력은 움츠러 든 모양새다.
특히 친중 성향 후보의 당선으로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었던 과테말라의 대중국 및 대만 정책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게 됐다.
중국이 좌파 정권 득세를 발판 삼아 중남미 내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는 중남미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과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 중남미 좌파 승리 전략은 '현 정권 심판'…핑크 타이드 확산하나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1차 1위' 우파 산드라 토레스(67) 후보를 제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7) 당선인은 이 나라에서 손꼽는 '사회주의 명문가' 집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으로, 1944년 과테말라 혁명 이후 첫 민선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선거 캠페인에서 아레발로 당선인은 선택의 자유 보장과 근로자 중시, 대중 교육 등 "부친이 남긴 여러 유산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과테말라 일간지 프렌사리브레는 전했다. 특히 그는 "기득권 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16년간 이어진 우파 정권의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든 유세 전략으로 표심을 끌어모았고, '1차 대선 전 중위권', '1차 대선 2위'라는 열세 속에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아레발로 당선인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4년(단임제)이다. 탄핵 위기에 놓였던 기예르모 라소(67)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으로 이날 대선을 치른 에콰도르에서 1위로 결선(10월)에 진출한 좌파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는 '보수 세력을 또 믿느냐'는 전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갔다. 곤살레스 후보는 에콰도르 부패의 대명사인 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최측근 인사다.
이 때문에 그는 유세 내내 다른 7명의 후보로부터 '부패의 연장선'이라는 공세에 시달렸으나, "수천명의 공무원을 통제할 순 없는 노릇"이라는 방어 논리로 맞섰다.
그러면서 "적어도 (코레아 정권 때엔) 지금처럼 치안이 엉망은 아니었다"는 되치기로 우파 성향 정부에 실망한 표심을 자극했다.
두 나라 대선 양상은 최근 목격된 중남미 국민들의 '좌클릭' 이유와 유사한 면이 많다.
2010년대 줄줄이 '파란색' 우파 정권이 득세했던 중남미 국가 곳곳에서는 2020년 전후로 치안 불안에 더해 무능한 정부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컸다.
페루와 칠레 등지에서는 원주민과 학생, 농민을 중심으로 한 시위도 이어졌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균형추는 결정적으로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팬데믹 대응 실패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보편적 복지를 중시하는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등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페루,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 정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까지 귀환하면서 온건 좌파 물결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는 거대한 파도라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 과테말라, '대만 수교 변심' 온두라스 전철 밟나…뒤에서 웃는 중국, 美 대응 주목
중남미 좌파의 득세로 주목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투자 외교'를 앞세워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열심인 중국은 과테말라와 에콰도르의 대선 결과를 어느 나라보다 반길 만한 분위기다.
'외교통'인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이미 후보 시절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미 유일 대만 수교국이기도 한 과테말라에서 당시 '유력 후보'의 이런 언급에 대만은 일찌감치 우려 섞인 반응을 내보이며 촉각을 세운 바 있다.
아레발로의 당선으로 일각에서는 대만과의 단교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은 중미 온두라스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인 셈이다.
대만과 온두라스의 단교는 1941년 관계 수립 이후 82년 만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아레발로가 대만에 대한 오랜 신의와 더불어 중국과의 관계를 확장하길 원한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관계를 맺는 어떠한 나라도 대만과 별도의 외교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중국의 정책에 비춰 아레발로의 그러한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좀 더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의 경우 이미 최근 수년 새 비석유와 농산물 분야를 비롯한 대(對)중국 교역이 일부 품목에서 지속해서 늘어나는 등 '경제 파트너'로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이 나라의 바나나 마케팅 수출협회 측은 지난 6월 농수산물 관련 전문 매체에 "우리는 중국으로의 바나나 수출이 향후 10년 안에 연간 3배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는 미국으로선 소위 '뒷마당'을 지키기 위해 중국 견제 고삐를 죄는 동시에 중남미 내 영향력 강화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