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2500석 '오페라 하우스' 들어서나

대형공연장 하나 없는 강원 남부
매머드급 문화시설 건립 가시화
27년 방치된 옛 종축장 부지 활용
확정땐 3000억 투입 5년내 준공
27년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된 강원 원주시 반곡동 옛 종축장(우량 품종의 가축을 기르는 목장) 부지에 2500석 규모의 강원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주를 포함한 강원 남부권에는 1000석 이상의 대형공연장이 전무하다. 강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아 미래 산업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문화적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강원도와 원주시에 따르면 원강수 원주시장은 최근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호 문화예술육성사업으로 옛 종축장 부지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제안했다.

원 시장은 “강원 남부권 도민은 오페라 등 대형 공연 관람을 위해 매번 수도권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문화시설이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원주 정착을 더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원주혁신도시에는 한국관광공사 등 10여 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있다. 지난해 시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주 여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교통’과 ‘여가문화’ 순으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남부권(원주, 횡성, 평창, 정선, 영월)과 충청 북부권(충주, 제천, 단양), 경기 동부권(여주, 양평) 권역에는 국내 인구의 20% 정도인 1124만 명이 모여 살지만 1000석 이상 공연장은 전무한 실정이다.원주시가 구상하는 강원 오페라하우스는 옛 종축장 부지인 원주시 반곡동 1554의 4 일원 6만1477㎡ 중 부지 2만㎡에 건축물 6700㎡ 규모다. 객석 2500석 규모의 매머드급 공연장으로 2028년까지 국·도·시비 3000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이다. 이곳은 원주혁신도시 공공기관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노른자 땅으로 알려져 있다. 노른자 땅이지만 종축장이 1996년 문을 닫으면서 마땅한 활용 방안을 못 찾고 현재까지 유휴지로 27년째 방치돼 있다.

강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지지하는 지역 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간 정치권이 임기응변식의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해 주민들을 지치게 했다’는 게 원주 시민의 시각이다. 강원 이·통장 지회장단과 원주시 반곡관설동 자생단체장, 강원 원주시 여성단체협의회, 자유총연맹 원주지회 등은 잇따라 원주시청과 강원도청을 찾아 강원 오페라하우스 건립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강원도의 확실한 결정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도는 원주시의 강원 오페라하우스 건립 제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도와 시 담당자들이 실무협의체를 꾸려 올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내년에 쓰일 실시 설계비 30억원 중 15억원을 국비로 지원받기 위한 활동도 하기로 했다.원 시장은 “더는 옛 종축장 부지가 황량한 미개발 부지로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강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통해 경제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살기 좋은 특별자치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주=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