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아리랑 커브' 뽐낸 몬스터…"폼 미쳤다"

류현진, 신시내티 잡고 2승
"오늘 커브 100점짜리" 만족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이 느린 커브로 상대편 타선을 농락하며 시즌 2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시속 100㎞대 ‘아리랑 커브’가 제대로 먹혀들자 경기가 끝난 뒤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자평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비자책점)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경기를 마쳤다. 토론토는 10-3으로 대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2승(1패), 통산 77승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57에서 1.89로 끌어내렸다.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복귀전인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어진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선 4회까지 노히트로 호투하다 타구에 맞아 쓰러지는 악재를 겪었다. 그러나 14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이닝 비자책점으로 복귀 후 첫 승을 거뒀고, 신시내티전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겨내고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이날 부상 복귀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달성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7개 이상 삼진을 잡은 건 2021년 10월 4일 볼티모어전(7개) 이후 22개월 만이다. 류현진은 5-0으로 앞선 2회말에 위기를 겪었다. 수비수들의 자잘한 실책이 이어졌다. 1사 1, 3루 노엘비 마르테의 좌익수 뜬공 때 3루수 맷 채프먼이 실책을 범하면서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류현진 특유의 위기 관리로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이날 류현진은 직구 38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16개, 컷패스트볼 11개를 던졌다. 승부처마다 던진 커브가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은 시속 110~120㎞대도 아니라 100㎞대의 느린 커브로 상대 타자들을 농락했다. 신시내티의 ‘괴물 신인’ 엘리 데 라 크루스와 5회말 맞대결에서 류현진은 2사 1, 2루 위기의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66.8마일(107.5㎞)의 ‘아리랑 커브’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다.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신시내티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일 것 같아서 카운트에서 앞서려고 했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MLB닷컴은 “이날 경기는 류현진의 최고 기량이 어느 수준인지 상기시켰다”고 했다.

구단 토론토는 경기 직후 공식 SNS에 류현진의 영상을 올리며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한글로 “류현진 폼 미쳤다”라고 표시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