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CB 의존하던 바이오사, 공모 증자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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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CB 규제 강화에 유증 추진▶마켓인사이트 8월 21일 오후 5시 10분
주주 불만 잠재우려 무증 병행
바이오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유상증자는 지분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큰 만큼 무상증자를 병행해 주주들을 달래고 있다.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지난 18일 89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1일에는 강스템바이오가 357억원, 7일에는 박셀바이오가 10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올해 공모 유상증자(IPO, 리츠 제외)를 결정한 바이오 기업은 진원생명과학, CJ바이오사이언스, 꿈비, 피씨엘, 에스씨엠생명과학, 보로노이, 피플바이오, 노을, 박셀바이오 등 16곳이다. 공모 유상증자를 계획한 기업이 38곳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42%가 제약·바이오 기업인 셈이다.그동안 바이오 기업은 주로 사모 전환사채(CB)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2021년 메자닌 규모는 3조1800억원에 달했다. CB 리픽싱 규제가 강화된 데다 바이오 투자심리가 약화하자 사모 CB 발행 대신 공모 증자로 자본을 조달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기업은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무상증자를 병행하는 카드를 쓰고 있다. 자본잉여금으로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무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을 달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7일 10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통주 1주당 0.2주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노을은 보통주 1주당 1주를 무상증자했다. 올해 유상증자를 발표한 바이오 기업 가운데 9곳이 유·무상증자를 같이 선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유상증자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대출 상환 등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바이오 기업의 자본조달 방식이 변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고 청약을 유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