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쁜데 집값만 오른다"…소비자 심리 악화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가격이 내걸려 있다. /사진=한경DB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6개월만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에 주택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1로 7월(103.2)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석 달 연속 100을 웃돌았지만, 지난 2월(-0.5포인트) 이후 6개월 만에 하락했다.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7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생활형편전망과 가계수입전망이 1포인트씩 상승해 95포인트와, 100포인트를 각각 기록했다. 현재생활형편(91)과 소비지출전망(113)은 전월과 같았다.

경기에 대한 판단은 크게 악화했다. 현재 경기 판단지수는 72포인트로 3포인트 내렸다. 향후 경기 전망은 80포인트로 4포인트 하락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상저하고 기대심리에 의해 경기 관련 지수가 오르고 있었는데, 최근 체감 물가가 높아지고 중국발 리스크,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물가 흐름, 대내외 경기 요인에 불확실성이 커서 앞으로의 흐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경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에도 주택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확대됐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5포인트 오른 107포인트를 기록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가 하락을 점치는 소비자보다 많았고, 전달보다 더 늘었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1월(61)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뒤 9개월 연속 상승세다.

황 팀장은 "전국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도 상승하는 등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며 "아직 지역 편차는 있고, 금리가 높은 수준이기도 해서 상승 흐름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2포인트에서 118포인트로 한 달 사이 6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100을 웃돈다. 황 팀장은 "기준금리가 동결되기는 했지만, 최근 대출금리 상승과 미국·유럽 등 주요국 금리 인상 뉴스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을 점친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과 같은 3.3%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해 2월 4.0%까지 올랐다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황 팀장은 최근 소비자물가지수가 둔화했음에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월과 동일한 이유에 대해 "집중호우, 폭염 등 기상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석유류 가격도 상승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있고, 지자체별로 상하수도, 교통, 도시가스 요금 인상 소식도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이번 조사는 이달 7∼14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