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물려줄 아버지 고사성어] 유혹을 이기는 힘은 목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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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종로 담배 가게 골목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담배를 배워 그날 처음 사던 날이다. 나오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서로 놀랐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다. 뭐라고 말씀드렸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집에서 만난 아버지는 말씀이 없었다. 며칠 뒤 책상 위에 신문 기사 스크랩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가져다 놓은 거였다. 말씀하실 게 있으면 그렇게 신문 스크랩을 책상에 종종 올려놓았다.
스크랩은 히말라야산맥에 사는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 얘기였다. 날개에서 불을 뿜는 이 사나운 할단새도 대설 무렵만은 눈보라에 갇혀 꼼짝 못한다. 혹독한 추위가 몰리는 밤에 할단새는 떨면서 늘 ‘날이 새면 꼭 집을 지으리라’라고 굳게 마음먹지만 따뜻한 낮에는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 그렇게 낮에는 즐기다가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며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크랩을 들고 들어가자 아버지는 “할단새 전설은 인간에게 다의적(多義的) 교훈을 준다. 그 기사는 할단새의 망각을 얘기하지만 틀렸다”고 했다. 이어서 “새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망각은 72시간이 지나서 시작된다. 다음 날 아침이면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결심은 아직 살아있어 실행하면 된다. 저 전설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는 해야할 본분이 있는데도 즐기는 데 정신이 팔리는 유혹을 경계한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할단새 전설과 관련지어 인용한 고사성어가 ‘다기망양(多岐亡羊)’이다. 여러 갈래로 갈린 길에서 양을 잃는다는 말이다. 학문에는 길이 많아 진리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에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양자(楊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도망쳤다. 주인이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양을 쫓아가려 할 때, 양자가 “단 한 마리 양을 잃었는데 왜 많은 사람이 뒤쫓아가느냐”고 물었다. 양 주인이 “도망간 쪽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했다. 얼마 뒤 빈손으로 돌아온 주인에게 양자가 못 찾은 이유를 묻자 “갈림길을 가면 또 갈림길이 있어서, 양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되어 버렸소”라고 했다. 훗날 제자가 그 일에 대한 질문에 양자는 “단 한 마리의 양이라 할지라도, 갈림길에서 또 갈림길로 헤매어 들어가서 찾다가는 결국 양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물며 학문의 길은 어떻겠느냐? 목표를 잃고 무수한 학설들에 빠져 헤맨다면 아무리 노력한들 그 또한 무의미한 것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학문하는 이가 곁가지를 붙들고 시간을 허비하는 걸 풍자한 거다”라고 평가하며 “샛길로 빠지지 않고 가고자 했던 길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처음 뜻했던 결심을 지속하는 것이다. 능력은 누구나 같다.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자신이 세운 목표에 끝까지 집중하는 실천력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가진 100의 힘을 모두 쏟아 넣은 사람이 이긴다. 옆길로 가 50이나 30만 힘을 쓰면 성공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라며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전적으로 의지력의 문제다. 유혹을 참기 힘든 순간이 생기는 이유는 잠깐의 만족과 장기 목표 사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결심한 대로 바로 추진하는 실천력은 자신감에서 생긴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실행력과 실천력을 구분했다. 실행력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이고, 실천력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목표로 정해지지 않은 기대는 소망일 뿐이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실천력은 집중력에서 나온다.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성인 평균 20분이다. 그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목표에 따른 계획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다”라며 측정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하며 관련성 있고 시급한 것으로 촘촘하게 세우기를 주문했다.아버지는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너를 곁길로 빠지지 않게 붙잡아 줄 거다. 네 목표가 줄 만족감이 유혹이 주는 만족감보다 클 때 자기 확신이 커지고 유혹을 이겨내게 해줄 거다”라고 했다. 자기 확신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신념이다.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결심한 대로 바로 추진하는 힘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연습시켜 손주에게 꼭 물려줄 중요한 성품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성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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