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후 보이스' 차지연 "17년의 모든 것, 첫 콘서트에 쏟겠다"

9월 2일과 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서
음악 토크쇼 형식의 'EXHIBITION'
17년간의 무대와 인생 이야기 다 담아
"17년 동안 서럽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버틸 수 있게 한 건 객석의 박수와 환호였죠."

데뷔 17년을 맞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41)은 얼마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지연은 어린 시절 배운 국악 바탕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렬한 연기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국내 뮤지컬계 톱 여배우 중 하나다. 뮤지컬 '서편제'를 비롯해 '위키드', '레베카' 등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콘서트를 열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묻자 "이제야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차지연은 "여성 뮤지컬 배우로서 남성 배우가 가진 티켓 파워에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관객이 단 몇명만 있더라도 당찬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용기와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전시회'라는 뜻의 'EXHIBITION'. 그동안 섰던 무대와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전시회에서 큐레이터가 작품설명을 하듯 노래와 함께 풀어내는 '음악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콘서트장에서 풀어낼 이야기 중엔 슬프고 서러운 이야기도 있다. 간절하게 준비한 작품에서 건강 문제로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기도 했고, 앞서 2016년 뮤지컬 '위키드' 공연 땐 연습 시작 직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줄을 확인했을 때 '공연팀에 피해를 주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어요. 당시 같이 일하던 분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많이 울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연습하고, 임신 7개월이 넘도록 압박 스타킹을 신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기억 중 하나에요."

가슴 아픈 기억들이 하나둘 쌓여 마음에 생채기를 냈지만, 모순적이게도 그것이 무대에선 연기의 깊이를 더하는 자양분이 됐다. 차지연은 "지나고 보니 아픈 감정의 경험들이 무대 위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다시 힘들었던 과거로 돌아가라고 하면 그러고 싶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객석이 부족해 계단까지 가득 채웠던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도 17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라고. 콘서트를 찾는 관객에게 직접 디자인한 방석과 티셔츠 등을 나눠주기 위해 사비로 중형차 한대값을 썼다고 한다.이번 콘서트에선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 'Defying Gravity', '라이온킹'의 'Circle of Life' 등 본인의 대표 뮤지컬 넘버를 비롯해 영화 '헤어질 결심'의 OST로 쓰인 '안개', 아이유의 'Love poem' 등 다양한 노래를 부른다. 직접 작사·작곡한 자작곡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적으로 작곡을 배우진 않았지만, 예전부터 음악으로 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단 생각이 있었어요. 이번 곡은 저와 같이 어려운 청춘을 보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를 담았어요. 아들이 노래를 듣고 '별빛같다'는 말에 영감을 받아 제목을 '별빛'이라고 정하고 가사를 썼습니다. 노래가 잘 되면 다 아들 덕분이에요.(웃음)"

차지연은 드라마 '모범택시', '블랙의 신부'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적으로도 얼굴 도장을 찍었다. 앞으로도 뮤지컬과 드라마·영화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한다."무대만큼 황홀한 곳은 없기 때문에 무대는 절대 놓을 생각이 없어요. 무대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이 정말 크거든요. 17년 동안 잘 걸어왔으니, 앞으론 지금까지와 비슷한 걸 보여주는 배우가 아니라 계속 도전하고, 새롭게 깨부수면서 나아가는 배우가 될 겁니다."

콘서트는 9월 2~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