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매매 창구 어디로? … 업체 vs 증권사 '눈치 싸움'

사진=게티이미지
토큰증권(ST) 시장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조성될 예정인 가운데 매매 창구를 어디에 만들지를 놓고 ST 발행업체와 증권사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증권 발행사는 유통을 직접하지 못하고 다른 증권사 등에 이 업무를 위탁해야 한다. 그러나 매매 시스템에 대한 관리 권한을 증권사에 넘기되 인터페이스를 자사 플랫폼 내에 구현하겠다는 ST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ST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ST 업체 "발행사 앱에서 거래 가능"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ST 발행을 준비중인 A사는 최근 협력 증권사에 "ST 매매 인터페이스를 A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구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ST 유통 시스템에 대한 관리 권한은 증권사에 넘기지만, 매매 페이지 자체는 자사 앱에 띄우겠다는 것이다. 자사 앱에 대한 ST 투자자의 이용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다른 ST 업체인 B사 역시 이런 형태로 유통 시스템을 짤 것을 협력 증권사에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ST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한 업체가 ST 발행과 유통을 겸영하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ST 발행사가 유통을 담당해 줄 증권사를 찾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앱 이용자 확보에 목마른 ST 업체가 법령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을 자사 앱으로 끌어들이는 묘수를 강구, 매매 인터페이스 자체는 자사 앱에 구현하고자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A사 대표는 "이 요구에 대해 증권사가 '컴플라이언스(준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곤란해 했다"면서도 "회사의 흥망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대표는 "매매 시스템에 대한 관리 권한을 ST 발행업체가 갖지 않으면 법령 위반이 아니다"라며 "컴플라이언스를 구실로 삼아 비즈니스 차원의 판단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증권사 "MTS 이용자가 훨씬 많아"

ST 업체들은 이런 구조가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근거로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는 '오픈뱅킹'을 들고 있다. 오픈뱅킹을 이용하면 특정 금융사 앱에서 여러 금융사의 자기 계좌를 조회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계좌를 해당 금융사가 관리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한 ST 업체 대표는 "회사 영향력은 증권사가 ST 업체보다 훨씬 크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ST 업체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 것"며 "ST 업체가 협력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ST 업체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앱에는 트레이딩 외에도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컨텐츠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ST 업체가 증권사 앱의 덕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증권사가 ST 업체의 이같은 구상을 선호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ST 업체와 증권사가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향후 이 분야 투자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에 국내에서 ST 시장이 개설될 경우 시가총액은 첫해 34조원 수준이고,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ST 업체가 자사 앱에 매매 시스템을 탑재하는 걸 선호하는 건 아니다. 한 유력 ST 업체 대표는 "증권사 앱에서 투자자들이 ST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증권사 앱 이용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매매 인터페이스를 ST 업체 앱에 구현하되 시스템 관리는 증권사가 하면 발행·유통을 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우며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