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감독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책마을]

웨스 앤더슨

이안 네이선 지음
윤철희 옮김
윌북
192쪽│2만8000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의 한 장면. 사진: 윌북 제공.
기하학적 대칭을 이루는 화면 구도, 파스텔톤 색감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배경, 점진적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액자식 구성….

영화관에서 이런 화면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독이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애스터로이드 시티'(2023) 등에서 독창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며 주목받은 웨스 앤더슨이다. 앤더슨은 현대 영화계에서 자기만의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콰이어 등 해외 매체들은 그를 두고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표현했고, 그의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앤더스네스크'란 수식어가 생기기도 했다. <웨스 앤더슨>은 이런 앤더슨의 25년간 필모그래피와 작품 세계를 집약한 책이다.
저자는 이전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팀 버튼> 등 영화계 거장들에 관한 시리즈를 써온 영국의 영화평론가 이안 네이선이다. 그는 앤더슨의 데뷔작 '바틀 로켓'(1996)부터 '프렌치 디스패치'(2020)까지 작품 10편의 제작 비화를 모았다.

"질서정연한 프레임에 담긴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저자가 요약한 앤더슨의 작품 세계는 이렇다. 실제로 앤더슨은 사물의 색채와 배우들의 옷감 선택부터 카메라 움직임 하나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엄격한 관리인 '구스타브 H.'와 고스란히 닮은 모습이다. 과도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연출된 이미지는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인상을 주지만, 앤더슨 영화는 그의 삶과 맞닿아있다. 그는 자신의 모교를 촬영지로 고르고 친구와 이웃 주민을 캐스팅하는 등 일상적인 경험을 투영했다. 몽환적으로 연출된 풍경 이면에 주변에 있을법한 현대인의 감정이 포착되는 이유다.

책은 디자인적으로도 앤더슨의 작품세계를 담았다. 표지는 '문라이즈 킹덤'(2012) 속 장면을 오마주해 만들었다. 책을 담는 북케이스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멘들스 케이크 상자를 본떴다. 감독의 팬이라면 앤더슨의 삶과 철학이 담긴 종합 선물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책을 펼쳐볼 수 있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의 원서는 3년 전인 2020년 출간됐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애스터로이드 시티' 등 비교적 최근 작품에 대한 정보는 빠져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