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대주교 "2027 세계청년대회, 北 청년도 초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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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7년 '전 세계 가톨릭 청년 축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서울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정순택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은 22일 "북한 청년들도 서울로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대주교는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WYD는 교황님이 전 세계 청년들, 청소년들을 한 도시로 초대하는 축제"라며 "교황님께서 서울에서 열릴 WYD를 통해 남북 분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큰 화해의 발걸음을 놓아주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WYD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1985년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세계 청년들의 축제다. 각국 청년들이 문화와 종교를 통해 교류한다. 가톨릭 교회가 주축이 되지만 참가 신청에 종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 공원에서 거행된 제37차 WYD 파견미사를 마치며 서울을 WYD 차기 개최지로 발표했다. 교황은 "세상의 서쪽 끝(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동쪽 끝으로 간다"고 외쳤다. WYD 아시아 개최는 1995년 필리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에서 WYD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주교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세대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남녀 간의 갈등 등 심각한 분열의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며 "차기 WYD는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모든 분열과 갈등 상황을 숙고하게 하고 화해와 일치의 길을 모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WYD는 모든 청년들을 위한 축제로, 전 세계 모든 나라 젊은이들이 참석하는 걸 지향점 중 하나로 두고 있다"며 "소수라도 북한 청년들을 초청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남북 대치 상황을 고려해 정부, 교황청과 여러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YD 기간에는 교황도 방한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WYD에는 교황이 직접 참석해 주요 일정을 함께하며 강론과 연설을 한다. 본대회 주요행사는 개막 미사, 주교들의 교리교육, 고해성사,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 파견미사로 이뤄진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광희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신부)는 "교황님께서는 지속적으로 남북분단과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셨고, 공식적으로 '북한에서 초청장만 보내면 방문하겠다'고 말씀 하셨다"며 "북한쪽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WYD 서울 유치는 한국 천주교계의 숙원이었다. 정 대주교는 "앞서 전임 서울대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도 WYD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당시 파나마가 개최지로 선정된 적이 있다(2016년 발표, 2019년 개최)"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지쳐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힘과 기운을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데 한국 주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대회 준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준비 소홀을 둘러싸고 소동이 일었는데, 이 행사 참가 인원은 4만여 명 수준이었다. 이달 1~6일 리스본에서 개최된 제37차 WYD의 참가 인원은 약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대교구가 추산한 서울 WYD 참여인원은 국내외 합쳐 적게는 40만~50만명, 많게는 70만~80만명에 달한다.
정 대주교는 "참가자들의 숙소는 홈스테이(가정집에 머무는 것)를 기본으로 하되, 성당 강당, 학교 교실 등의 시설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천주교는 교황 방한 행사 등 대형 행사를 몇 번 치러본 경험이 있고, 정부·지자체와도 협력해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서울대교구 측은 WYD가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의 장 역할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WYD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되는데, 닷새간 이어지는 본대회에 앞서 전국 교구별 행사도 닷새간 열린다. 해외 청년들은 이 기간 전국 천주교 성지순례를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정 대주교는 "한국에 찾아오는 전 세계 청년들은 미래 그 나라의 주인공들"이라며 "젊은 시절에 한국의 환대, 따뜻한 정을 체험하고 돌아가서 훗날 그 나라 주인공이 됐을 때 한국에 대해 갖는 긍정적 추억과 정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대규모 행사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불가피하지만, 앞서 리스본 대회가 큰 문제 없이 진행된 건 조직위원회의 여러 준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약 2만5000명의 봉사자 덕분"이라며 한국 봉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WYD가 통상 여름에 열리는 만큼 폭염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2027 서울 WYD의 구체적 개최 장소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정 대주교는 "잼버리 상황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도 있다"며 "한국의 무더위가 염려되는데, 태풍이나 장마를 피하되 방학 기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날짜를 잡을 때 교황청과 상의하고, 정부와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이날 정 대주교는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WYD는 교황님이 전 세계 청년들, 청소년들을 한 도시로 초대하는 축제"라며 "교황님께서 서울에서 열릴 WYD를 통해 남북 분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큰 화해의 발걸음을 놓아주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WYD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1985년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세계 청년들의 축제다. 각국 청년들이 문화와 종교를 통해 교류한다. 가톨릭 교회가 주축이 되지만 참가 신청에 종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 공원에서 거행된 제37차 WYD 파견미사를 마치며 서울을 WYD 차기 개최지로 발표했다. 교황은 "세상의 서쪽 끝(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동쪽 끝으로 간다"고 외쳤다. WYD 아시아 개최는 1995년 필리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에서 WYD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주교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세대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남녀 간의 갈등 등 심각한 분열의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며 "차기 WYD는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모든 분열과 갈등 상황을 숙고하게 하고 화해와 일치의 길을 모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WYD는 모든 청년들을 위한 축제로, 전 세계 모든 나라 젊은이들이 참석하는 걸 지향점 중 하나로 두고 있다"며 "소수라도 북한 청년들을 초청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남북 대치 상황을 고려해 정부, 교황청과 여러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YD 기간에는 교황도 방한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WYD에는 교황이 직접 참석해 주요 일정을 함께하며 강론과 연설을 한다. 본대회 주요행사는 개막 미사, 주교들의 교리교육, 고해성사,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 파견미사로 이뤄진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광희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신부)는 "교황님께서는 지속적으로 남북분단과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셨고, 공식적으로 '북한에서 초청장만 보내면 방문하겠다'고 말씀 하셨다"며 "북한쪽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WYD 서울 유치는 한국 천주교계의 숙원이었다. 정 대주교는 "앞서 전임 서울대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도 WYD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당시 파나마가 개최지로 선정된 적이 있다(2016년 발표, 2019년 개최)"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지쳐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힘과 기운을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데 한국 주교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대회 준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준비 소홀을 둘러싸고 소동이 일었는데, 이 행사 참가 인원은 4만여 명 수준이었다. 이달 1~6일 리스본에서 개최된 제37차 WYD의 참가 인원은 약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대교구가 추산한 서울 WYD 참여인원은 국내외 합쳐 적게는 40만~50만명, 많게는 70만~80만명에 달한다.
정 대주교는 "참가자들의 숙소는 홈스테이(가정집에 머무는 것)를 기본으로 하되, 성당 강당, 학교 교실 등의 시설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천주교는 교황 방한 행사 등 대형 행사를 몇 번 치러본 경험이 있고, 정부·지자체와도 협력해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서울대교구 측은 WYD가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의 장 역할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WYD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되는데, 닷새간 이어지는 본대회에 앞서 전국 교구별 행사도 닷새간 열린다. 해외 청년들은 이 기간 전국 천주교 성지순례를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정 대주교는 "한국에 찾아오는 전 세계 청년들은 미래 그 나라의 주인공들"이라며 "젊은 시절에 한국의 환대, 따뜻한 정을 체험하고 돌아가서 훗날 그 나라 주인공이 됐을 때 한국에 대해 갖는 긍정적 추억과 정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대규모 행사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불가피하지만, 앞서 리스본 대회가 큰 문제 없이 진행된 건 조직위원회의 여러 준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약 2만5000명의 봉사자 덕분"이라며 한국 봉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WYD가 통상 여름에 열리는 만큼 폭염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2027 서울 WYD의 구체적 개최 장소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정 대주교는 "잼버리 상황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도 있다"며 "한국의 무더위가 염려되는데, 태풍이나 장마를 피하되 방학 기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날짜를 잡을 때 교황청과 상의하고, 정부와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