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과의 달콤한 인생…"다음 생에도?" "아니, 절대로"

[arte] 임지영의 스트링
올해 6월 부터 ‘만 나이 통일법’ 이 시행되면서 나는 28살이 되었다.

2월 생이라 초등학교 입학이 빨랐고 대학교마저 조기입학을 하게 되어 그저 때 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구이자 동료였기에 특별히 나이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고 살아올 기회가 없었다. 단지 남들보다 모든 경험을 조금씩 일찍 시작해서인지 가끔 스스로 40대쯤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어쨌든 나의 28년 인생을 되짚어 본다면 오로지 바이올린 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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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이 생각해도 얼마나 집요한 삶을 살았는지 스스로 돌아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었다.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관심사를 가졌고 활동적이었던 내가 학창시절엔 그 무엇도 머릿속에 두지 않고 그저 바이올린을 잘 하는 것만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치열하게 노력했다. 다만 누군가 내게 예전으로 돌아가 같은 과정을 겪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절대는 다시 하지 못 할 거라고 답 할 것이다. 그렇게 늘 음악이 내 인생의 구심점이었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주말이지만 언제나처럼 연습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매일같이 같은 연습 강도와 시간, 음악에 집중된 라이프패턴을 유지 하는것이 쉽지 않아 부단히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행여나 연습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하며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음악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걸 알았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에 무한 동감을 하게되는 때가 있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음악인으로서, 또 평범한 인간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하루종일 연습만 할 수 없는 입장이라 관객 앞에서의 연주자, 학생들의 스승, 학교의 교직원, 한 가족의 일원, 하다못해 키우고 있는 강아지의 보호자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자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데 문제는 그 와중에 연습과 연주까지 내가 지향하는 수준으로 소화하려면 남다른 시간관리와 체력관리가 필수이다.

오죽하면 한때 내가 부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직장인의 삶이 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하고 퇴근 이후의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큰 부러움이었다. 연습은 하루에 10시간을 했다고 해도 끝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매일 연습이 마무리되고 악기를 케이스에 넣을 땐 알 수 없는 찝찝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사진 = 예술의 전당 블로그
이런 푸념 비슷한것을 하고픈 날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음악인으로서 무엇에도 타협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자존심이나 욕심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내가 원해서” 라는 다소 심플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너무나도 큰 열정과 사랑이 밑받침 되어 있기에 이러저러한 이유들에도 굴복할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모두 쉬는 시간 홀로 남아 연습하며 암담함을 느껴본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사랑하는 일을 인생에 바쳐 할 수 있다면 꽤나 멋진 인생이 아닌가?라흐마니노프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음악은 인생을 위해 충분하다. 하지만 인생은 음악을 위해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