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죠?"…G20에 쫓겨나는 인도 뉴델리 노점상들

시민단체 "노점상 보호법에 따라 쫓겨난 상인들 복귀조치해야"
다음 달 9∼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점상들이 생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점상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많이 쫓겨난 데 이어 이제는 G20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또 떠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언제 이동 조치를 당하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22일(현지시간) 이들 노점상의 상황을 소개했다. 올해 60세인 라지쿠마리는 매일 오전 9시면 집을 나서 시내 국립동물원 부근 오솔길로 나가 팝콘과 감자칩을 팔고 있다.

수년 전 남편의 사망으로 졸지에 가장이 된 라지쿠마리는 "동물원 부근에서 30년간 노점을 해왔으나 이제는 포장마차를 빼앗기고 없다"며 "G20 정상회의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노점상들도 포장마차를 탈취당했다"고 말했다.

라지쿠마리는 "2개월 동안 (포장마차 없이) 스낵을 팔아왔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월수입이 8천∼1만 루피(약 12만9천∼16만1천원)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대부분 노점상이 자신들이 선택한 자리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뉴델리 동부 딜샤드 가든이라는 대규모 주택단지에서 차(茶)를 파는 노점상 옴 프라카시(45)는 "코로나19 기간에 노점상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G20 정상회의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 왜 영업이 허용되지 않느냐"며 "왜 공무원들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최근 노점상들은 시내에 집결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법은 2010년 뉴델리에서 영연방경기대회(코먼웰스 게임)를 계기로 제정됐다.

인도 정부는 당시 보안을 이유로 대회 개최 수개월 전 수백명의 노점상을 쫓아냈다.

이후 2012년 정부는 노점상들의 처지를 감안해 노점상 보호정책을 입법화했다.

해당 법은 인도 전역 노점상들의 생계권 보호, 포장마차 장소 지정, 포장마차 규제 등을 담고 있다.

또 시(市) 등 지자체가 노점상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노점상 신원 확인, 신분증 발급, 노점상에 대한 기록 유지 등을 하도록 했다.

시민단체 노점상공동행동위원회 위원장인 다르멘드라 쿠마르는 "법에 따라 시내에 있는 모든 포장마차는 현황조사를 받고 영업장소를 지정받게 돼 있다"며 "현황조사가 끝날 때까지 어떤 포장마차도 이동 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뉴델리에선 현황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노점상들이 G20 정상회의 때문에 많은 장소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점상 권리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법 이행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기간과 G20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밀려난 모든 노점상이 제 위치로 돌아오게 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