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해외진출 20년 만에 해외 자기자본 4조 돌파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법인 확장 및 현지 금융사들에 대한 인수합병(M&A)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20년만에 600배 늘어난 자기자본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기준 4조원(약 30억 달러)을 넘어섰다.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처음 해외로 진출한지 20년만이다. 당시 홍콩 법인은 자기자본 500만달러로 출발했다. 이 기간 약 600배 성장한 셈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영국 등 1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순이익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660억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다음해인 2018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까지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도 6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지난해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약 4468억원이었다. 그룹 전체 세전이익인 1조 9653억원의 22.7%다. 해외 비중을 절반까지 높이겠다는게 미래에셋그룹의 목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그룹 회장이 "해외진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꾸준히 내릴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 회장은 2018년부터 GSO(글로벌 전략고문)라는 자리를 직접 맡아 해외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내증시의 위험이 곧바로 고객과 회사로 전가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경쟁력을 보이는 해외 AI 및 로보어드바이저 금융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특화 전략 먹혀들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자기자본 성장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각 지역군에 특화된 해외진출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법인의 직접 진출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동남아 국가 등에서는 온라인 계좌개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을 도입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반면 영국 등 한국보다 금융에 있어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현지 법인을 직접 인수해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에서 최초로 MTS와 HTS를 도입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펀드몰을 선보인 것도 점유율 확장에 기여했다는 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주식 거래 점유율 8.15%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온라인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늘리는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전체 증권사중 주식거래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중 하나로 꼽히는 런던에서는 영국 금융사인 GHCO를 인수했다. 올해 2분기 약 3500만 달러를 투입해 GHCO를 사들였다. 상장지수펀드(ETF)의 LP(자금공급) 역할을 하는 회사다. GHCO는 블랙록, 뱅가드 등 18개 ETF 운용사에 장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GHCO를 시작으로 유럽 현지금융사 대상의 인수합병 전략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진출 및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두 회사의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까지 미국의 '글로벌X', 호주의 'ETF Securities', '스탁스팟' 등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모두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면서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나는 동시에 수익다각화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