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의 '해빙' 몸풀기, 방중 앞두고 중국대사 만나

상무부, 27개 중국 기업 제재 해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오는 27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 관련 규제를 푼 뒤 주미 중국 대사를 만나 미·중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이 안보와 첨단 기술을 두고선 경쟁하되 다른 분야에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무부는 22일(현지시간) 러몬도 장관이 셰펑 주미 중국 대사를 만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셰펑 대사가 지난 5월 취임한 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기업과 노동자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을 제기했다. 또 미·중 통상 관계와 미국 기업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양국의 잠재적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 상무부는 전했다.

셰펑 대사는 취임 이후 미국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 정부가 대중 수출통제를 추가할 뜻을 보이자 보복 대응을 시사했다. 당시 그는 "'도발하지 않지만 도발에 움찔하지도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단순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고 중국은 확실히 할 수 있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후엔 미국에 대한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

미국도 지난 9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을 때도 이전과 달리 선별적인 통제에 초점을 뒀다.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대 첨단기술 투자 규제에 초점을 두되 차등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술별로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투자를 금지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신고 대상으로 뒀다.전날 상무부 역시 중국 기업과 기관 등 27곳을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검증 명단 등재는 수출통제 블랙리스트 전 단계이며,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라 제재받게 된다. 미 상무부는 “해당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최종 소비자와 관련한 검증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데 따라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보내면서 양국 간 갈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미 정부 고위급 인사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