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매달린 냄비와 숟가락...한국 떠난 소녀, 싱가포르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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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AM에서 전시하는 안예윤 작가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급인 SAM 전시
회화·설치·미디어·음악 넘나들어 주목
"고여있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SAM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 격인 곳. 싱가포르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도 아닌 '토종 한국인' 신인 예술가가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한 건 드문 일이다. 안예윤은 어떻게 SAM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으레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싱가포르의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생소한 싱가포르식 영어를 알아듣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논문을 읽고 필사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그야말로 절박했다"며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에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게 오히려 부담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에게 장소나 장르의 한계는 없다. 어떨 땐 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과 영상을 극장 내 소품과 매치시켜 선보이고, 어떨 땐 제주도의 창고를 개조해서 비닐로 만든 설치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2020년엔 도로 위 달팽이를 구하는 영상작품을 SNS에서 보고 SAM 큐레이터가 "작품이 독특하다"며 "전시에 작품을 써도 되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작가'는 앞으로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을까. 인터뷰 끝자락에 그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로는 'breezy'한 작가요. 직역하면 '통풍이 잘 되는'이란 뜻인데, 자유롭게 유영한다는 뜻이에요. 고여있지 않고 매체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사람, 그런 예술가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